[창간특집] 여성농민이 주도하는 생산활동, 언니네텃밭 ‘상주봉강공동체’
[창간특집] 여성농민이 주도하는 생산활동, 언니네텃밭 ‘상주봉강공동체’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9.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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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소비자 직접 교류 맺고 텃밭농사
매주 제철농산물 10여종 묶은 ‘꾸러미’ 발송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2리에 위치한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의 공동작업장에서 고령의 생산자들이 꾸러미에 담을 농산물을 개별 포장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2리에 위치한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의 공동작업장에서 고령의 생산자들이 꾸러미에 담을 농산물을 개별 포장하고 있다.

 

 

“우리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도 아니요,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여성농민들이 결심하면 보다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지역농업정책의 내용과 국가 푸드플랜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우리 모두의 보람이고, 그러니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언니네텃밭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언니네텃밭)의 박점옥 이사장이 지난 3월 언니네텃밭의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던진 인사다. 그 말대로 지난 10년 동안 여성농민들은 생태농업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개척했다. 보다 자세한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경북 상주의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 공동작업장을 찾았다.

언니네텃밭이 출범했던 첫해 활동을 시작해 올해 10년을 맞은 봉강공동체에는 현재 16명의 여성농민이 참여하고 있다. 초기에 결연을 맺은 80여명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봉강공동체의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고, 현재는 소비자가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오전 11시가 되자 공동작업장에 모인 생산자들은 채소, 반찬 등으로 팀을 나눠 상자에 들어갈 내용물들을 쉬지 않고 포장했다. 봉강공동체는 언니네텃밭의 공동체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소비자 회원과 관계 맺고 있는 사례로, 매주 총 140여개의 ‘제철꾸러미(4인가구용)’와 ‘1인꾸러미(1~2인가구용)’를 발송한다. 이날 작업한 6월 4주차 꾸러미에 담길 품목은 직접 생산한 두부, 계란, 콩나물, 무, 오이, 알타리 김치, 얼갈이배추 그리고 미숫가루였다.

‘언니’들의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은 청년 한 명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공동체 내 회계 사무와 택배 발송 등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 장현희(37)씨는 귀촌 1년 전 언니네텃밭 사무국에서 ‘비혼 여성의 농생태적 삶’을 주제로 연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봉강공동체를 처음으로 접했다. 이후 봉강공동체 작업장이 있는 마을에 정착해 생산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부분 연로하셔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어려워하시고, 더욱이 여기는 소비자 회원이 꽤 많아 수입을 계산하고 생산자들에게 분배할 사람이 필요해요. 꾸러미 수가 많다보니 비건(채식주의자)이거나 해서 꾸러미 내 일부 품목을 대체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한 주에 열댓 분 정도는 계시기 때문에 제가 따로 조정해드리기도 해요.”

담당 품목과 그 출하량에 따라 액수는 각기 다르지만, 텃밭 생산에 참여하는 여성농민들은 평균적으로 달마다 40~50만원의 수입을 쥔다. 한창 농사를 짓고 있는 장년의 여성농민들에게도 가계 수입에 큰 도움이 될뿐더러, 특히 고령의 여성농민들에게는 텃밭만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생활에 정말 많이 도움이 되지요. 병원에도 가고, 옷도 떨어지면 사 입고….”

이번 꾸러미에 부추를 낸 안봉순(83) 할머니와 엄덕견(72) 할머니는 이 생산 활동이 생활 유지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이제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서 수입의 상당수가 약값으로 나가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손수 텃밭에서 다 농사지었고 ‘시장에서 사오면 쫓겨난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자 꾸러미 상자는 하나 둘 포장을 마친 농산물로 가득 찼고, 때마침 도착한 배송차량에 꾸러미 상자들을 싣는 것으로 이 날의 작업이 끝났다. 청소와 늦은 식사를 마친 생산자들은 다음 주 꾸러미에 대해 회의하며 여성농민 스스로 주도하는 생산 활동을 이어간다.

“요새 로컬푸드니 뭐니 해도 벌써부터 이렇게 스스로 잘하고 있는데(웃음).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어 가져오셨어도 ‘이 돈 주고 사먹기 아깝다’ 싶은 것은 자체적으로 출하를 반려해요. 한편으로 요즘은 받는 분들 입장에서 매번 비슷한 게 오른다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꾸러미 속 내용물 구성을 담당하는 황재순(59) 사무장은 10년 차를 맞은 올해 들어 봉강공동체의 생산품목 다양성을 넓히는 방향에 대해 고민이 크다. 생태농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설 재배를 거의 하지 않고, 회원이 직접 농사지은 것만을 보낸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품목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값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생산하면서도 소비자를 위해 더 좋은 꾸러미를 고민하고 있는 봉강공동체의 앞날이 기대된다.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2리에 위치한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의 공동작업장에서 생산자들이 꾸러미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2리에 위치한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의 공동작업장에서 채소 생산자들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반찬을 맡은 생산자들.
반찬을 맡은 생산자들.
내용물로 가득찬 채 밀봉 작업만을 남겨둔 꾸러미들.
내용물로 가득찬 채 밀봉 작업만을 남겨둔 꾸러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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