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농생태학’ 실천 위한 부여 여성농민들의 노력

부여여농의 새 농생태학 실습소를 가다

  • 입력 2019.07.01 00:00
  • 수정 2022.01.04 09:2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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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4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농생태학 실습소에서 부여여농 회원들이 밭에 들깨를 심고 있다.
지난달 24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농생태학 실습소에서 부여여농 회원들이 밭에 들깨를 심고 있다.
지난 24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농생태학 실습소에서 부여여농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지난 24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농생태학 실습소에서 부여여농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여여농의 한 농민이 농생태학 실습소 둠벙 옆에 심은 삼층거리파(일명 삼동파, 토종파의 일종)를 보여주고 있다.
부여여농의 한 농민이 농생태학 실습소 둠벙 옆에 심은 삼층거리파(일명 삼동파, 토종파의 일종)를 보여주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24일 낮, 충남 부여군 홍산면의 한 농지에서 일군의 여성농민들이 작업을 계속했다. 이들이 작업하는 곳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여군여성농민회(부여여농)의 새 농생태학 실습소다.

부여여농 농생태학 실습소는 지난해 초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원래 그 동안 농생태학을 실천해 온 경지는 임대 기간이 끝나 넘겨주게 됐다. 농생태학적 농업 실현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게 땅인 만큼, 부여여농 회원들이 이전의 농생태학 실천 농지에 기울인 노력은 엄청났다.

원래 사용했던 농지는 다른 사람에게 임대됐는데, 임대만 해놓고 농사를 짓지 않아 예전의 농생태학 실습소는 풀산이 돼 방치된 상태라 한다. 3년간 그 땅을 정성껏 돌봐온 농민들로선 속상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신지연 부여여농 조직교육부장은 “이번에 마련한 농지는 10년 임대계약을 맺었기에, 좀 더 오랫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둠벙도 새로 파고, 새로운 농생태학 실습소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새로운 땅에 상추·고추·파·물고구마·자주감자·들깨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전부 다 토종종자다. 이날 실습농지 끝부분의 둠벙 근처에서 자라고 있던 파는 난생 처음 보는 파였다. 삼층거리파(일명 삼동고리파, 삼동파)라는 이 길쭉한 파 또한 부여여농 회원들이 토종작물 보전의 일환으로 심은 파였다.

다양한 농사방식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곤충에 대한 방제력을 키우기 위해 허브 및 메리골드 등의 작물도 섞어 심고, 무경운 농법을 통해 지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박선자 부여여농 사무국장은 “관행농사 짓는 곳에서 맨손으로 흙을 만지면 손이 갈라지고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는데, 우리 농지(농생태학 실습소)에선 잡초를 뽑기 위해 맨손으로 흙을 만져도 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흙도 훨씬 더 깨끗하고, 무경운으로 농사를 지어왔기에 땅심도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실습소 밭에서 잡초 뽑는 일을 잠깐 거들었는데, 맨손으로 잡초를 뽑아도 손에 묻은 흙이 매우 보드랍다는 걸 느꼈다.

기존 농사방식과 생태친화적 농사방식의 차이점 연구를 위한 실험도 진행한다. 예컨대 고추의 멀칭재배, 비(非)멀칭재배 밭고랑을 나란히 놓고, 각 재배방식의 효과와 생태환경적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실험에 따르면 땅의 생명력은 멀칭 안 한 쪽이 훨씬 더 강하다. 양쪽 다 진딧물이 발생했지만 멀칭을 한 쪽의 진딧물 발생량이 더 많았다.

박 사무국장은 “병해충 관리 강화를 위해 여농 회원들은 친환경약재 제조 및 미생물 자가배양에도 나서고 있다. 각자 만든 미생물·친환경약재를 공동체 차원에서 나눠 쓴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대부분 언니네텃밭협동조합으로 공급하는데, 재배한 토종작물로 만든 토종김치 등의 상품을 개발해 언니네텃밭 장터에 내고 있다. 최근엔 특히 토종배추김치와 무김치가 단골이 생길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고 있으며, 자주감자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신 부장은 “다른 농민들의 (농생태학 운동에 대한) 이해와 관심, 동참을 이끌어내는 게 앞으로의 숙제”라며 “우리의 실험과 실천이 잘 축적돼 부여 농생태학 실습소가 견학과 체험, 교육의 공간으로 확장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취재 뒤 농민들과 함께 이곳 실습소에서 재배한 자주감자를 쪄먹었다. 씹을수록 부드럽고 달달했다. 이곳의 농민들은 그 부드럽고 달달한 맛을 만들어내는 우리 토종농업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폭염 속에서 땀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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