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라지겠다’는 구호만 남았다

공익형 직불제·푸드플랜, 취지 좋지만 이대로는 공염불 … ‘개혁의지 실종’
문 대통령, 농정엔 무관심하면서 축산에 ‘어긋난 관심’ 보여 불안감만 보태
해법은 하나뿐 “농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 남은 임기 안에 가능할까

  • 입력 2019.05.05 18: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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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업계에선 문재인정부가 과거의 농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자 실망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새로운 농정의 청사진이 흐릿한데다 이를 실천할 의지마저 실종됐다는 평가다. 남은 3년 동안 이전 농정과 차별성을 보이려면 현장농민들의 적극적인 농정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정부는 농정의 기본틀을 바꾸겠다며 지속발전이 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집권 2년 동안 보여준 모습은 농정홀대와 기존 농정의 재탕뿐이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니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래도 ‘과거와 달라지겠다’는 구호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자 푸드플랜 전면 도입, 공익형 직불제 개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작단계인만큼 ‘물꼬를 텄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이 상임이사는 “기존농정과 새로운 농정이 혼재돼 있는데 이제 출범하는 농특위가 주체가 돼 대통령이 공약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국민 속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 농특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역시 “그나마 기대하는 건 농특위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생태환경 보전에 다양한 기준을 만들고 농민들에게 보상할 체계를 수립하는 차원에서 공익형 직불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서 농림사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직불제의 예산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농민조직과 시민진영의 참여가 없으면 어렵다”고 적극적인 농정참여를 관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내지는 ‘결국 다를 게 없다’는 혹평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은 “공익형 직불제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예산도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묶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푸드플랜이란 것도 지금까지 플랜이 없어서 문제였던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계획에 좋은 취지를 담고 있어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불분명한데다 실행주체가 없어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채소 등 농산물 가격폭락이 예견되는데도 산지폐기 등 사후처리조차 버거워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농가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정부의 의지가 없다. 수매비축예산을 삭감하고 채소가격안정제 예산마저 삭감했다. 그러면서 밥쌀용 쌀 의무수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의지 자체가 없는 게 가장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강 정책위원장은 “농업총생산이 50조원이 넘는데 전체 직불금 예산을 1조8,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래서야 농가 소득안정이 어떻게 되겠냐”라며 “역대 정부와 똑같이 농업에 관심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편, 축산업계에선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이 한층 더 뚜렷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설 연휴에 <사랑할까, 먹을까>란 책을 읽고 “공장형 사육을 농장형 사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데다 최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주최의 강연회에서 한 강연자가 축산혐오 발언을 쏟아내자 위기의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칫 청와대의 ‘어긋난 관심’이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낼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승헌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농정을 펴겠다는 선언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너무 소비자중심으로 축산을 바라보며 국민들에게 축산농민 등 생산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편향된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정부가 축산진흥정책을 펼친 결과를 두고 농민의 잘못으로 밀어붙인다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게 된다”면서 “농민들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식량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공급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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