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직불제 개편에 나타나는 문제들

무엇을 위한 직불제 개편인가?

  • 입력 2019.01.01 00: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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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우선 농정을 직불제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스위스처럼 시장이 보상하지 못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직불제로 보상해 직불제가 농민의 실질 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농정방향이 지금까지 생산주의적, 경쟁력 중심에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강화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소통 없는 일방주의 여전

지난해 10월 30일 농정개혁 TF발표, 11월 8일 당정협의에서 직불제 개편안과 쌀 목표가격 발표, 11월 15일 박완주 의원 ‘논·밭 직불 통합, 변동직불금 2020년 폐지’ 법안 발의 등 급물살을 탄 직불제 개편 논의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쌀 목표가격 설정과 함께 쌀 변동직불제 폐지를 기정사실화 하고 정부가 마련한 직불제 개편안을 이해당사자인 농민들 의견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그동안 변변한 공청회 한 번 없었다. 장외에서 벌어지는 ‘직불제 개편’ 관련 토론회는 속속 개최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농민단체 주최 직불제 개편 국회 토론회만 3건이었다.

변동직불금 폐지 대안은 무엇인가?

정부는 직불제 개편과 함께 변동직불금 폐지를 당연한 수순으로 밝히고 있다. 변동직불제 폐지란 쌀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변화다. 그럼에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현장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종훈 차관보는 지난해 11월 직불제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변동직불제는 폐지하면서 대안이 불확실하지 않냐는 질문에 “쉽게 말해 어음 끊어주면서 현금 받아간다는 불만아니냐”는 표현을 썼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신곡 수요량 초과분에 대해 시장격리 제도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반면 농민의길 소속 단체와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쌀의 공공수매를 통한 식량생산의 안정과 가격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산물 가격보장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후상박은 공평한 것인가

공익형 직불제를 얘기하면서 소농은 상대적으로 직불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른바 하후상박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의견충돌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쌀 정책이 규모화에 맞춰 추진돼 왔는데 이제 와서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에 직불금을 제한한다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박과 현재 10ha~30ha 규모의 농사를 짓는다고 형편이 더 좋다고 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농까지 세금을 들여 직불금을 지원한다는 것에 자칫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형성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10여 년간 운영해 왔던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꿔 직불금 지급액을 줄인다면 어느 누구도 수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정부는 직불금 예산이 확대된다는 전제 아래 ‘하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농민수당은 반영할 것인가

기초직불금은 0.5ha 이하 농가에게 규모에 상관없이 90만원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규모에 상관 없이 ‘농민’ 모두에게 월20만원 이상의 농민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엔 정부가 현재 제시하는 영세소농의 기초직불제(일종의 농민수당)를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기초직불금(농민수당) 지급 대상을 농가로 할 것이냐 농민으로 할 것이냐 또한 논란 중이다. 기초직불금 또는 농민수당 지급액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농지관리·직불금 부당 수령문제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지제도가 함께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허술한 농지관리 그리고 지속적인 농지소유 자격완화 등으로 인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 경작면적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인 상황에서 임차농 보호가 미흡하며, 불법임대차로 인한 직불금 부정수급이 만연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은 ‘0순위’ 과제다.

직불제 예산 규모

직불제 개편은 필연적으로 예산을 얼마나 직불제에 쓸 것인가로 귀결된다. 현재 정부는 최근 3년~5년 평균 직불금 지급액 1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사이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로 시작할 것인가의 문제와 더불어 얼마까지 직불제 예산을 확대할 것이가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

농정개혁 TF에서는 2022년까지 농업예산 대비 30%인 5조2,000억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산의 확대와 더불어 어느 직불금을 늘려갈 것인지도 과제다. 기본 소득 강화를 위해 ‘기초직불금’을 늘려나갈 것인지 아니면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도록 가산형직불금을 늘릴 것인지. 또는 확대된 예산을 기본형과 가산형에 평균적으로 배분할 것인가도 따져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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