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이슈]기대했던 2018 농정개혁, ‘농정방치’로 끝나

청와대·농식품부 농정책임자 동시다발 ‘사퇴선언’
이개호 장관 취임까지 5개월 ‘역대 최대 공백’ 뼈아픈 기록
농정분야 국정과제 진전 없이 농업·농촌·농민 문제 되풀이

  • 입력 2018.12.23 20:35
  • 수정 2018.12.23 20:3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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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해 8월 출범한 장관 직속 농정개혁위원회가 지난 2월 충북에서 첫번째 전국 순회공청회를 연 가운데 김영록 장관이 일정을 이유로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8월 출범한 장관 직속 농정개혁위원회가 지난 2월 충북에서 첫번째 전국 순회공청회를 연 가운데 김영록 장관이 일정을 이유로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은 본격적인 출항을 앞둔 올해 3월, 좌초됐다. 청와대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농정책임자가 모두 선거에 출마하면서 농정을 챙길 자리는 모두 주인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리 하나 비워진 거야 채우면 그만’이라고 말하기엔 다시 책임자를 세우기까지 ‘농정공백’ 시간이 자그마치 5개월이나 걸렸다는 것이 문제다. 불철주야 농정개혁에 써도 모자랄 시간은 무책임하게 흘렀고 공교롭게 이 기간동안 기획재정부는 2019년 농식품부 예산안을 이례적으로 7,000억원이나 삭감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 여러모로 농정 손실이 큰 한해였다.

“국방부·외교부였으면 이렇게 방치했을까”

지난 3월 14일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돌연 사퇴했다. 당시 전남도지사 출마 유력 후보는 이개호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전남의 유일한 여당 의원이라는 상징성과 원내 제1당 유지를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를 설득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결국 김영록 장관과 차기 도시자 유력 후보 이개호 의원은 역할을 맞바꿨다.

청와대의 농정공백도 충격은 마찬가지였다. 신정훈 농어업비서관과 이재수 선임 행정관 모두 선거 출마를 이유로 3월 자리를 떠났다.

농정책임자가 새로 채워지기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이 걸렸다. 청와대는 지난 6월에 최재관 농해수비서관과 11월에 장경호 행정관을 각각 임명했다. 농식품부 장관은 역대 최장기 공백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지난 8월 이개호 장관이 취임식을 가졌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지난 8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에서는 단 1개월도 농식품부 자리를 비워놓은 적이 없다”면서 청와대의 농정 태도를 비판했고 “국방부나 외교부 장관이었어도 5개월이나 빈자리로 두었을까” 반문했다.

황 위원장은 예산 홀대도 지적했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각 부처 요구예산을 발표하면서 정부 전체 예산은 460조원에 이를 만큼 역대 최대 편성을 하고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4.1% 삭감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8월 초는 기획재정부가 청와대에 내년 예산안 계획을 보고하는 시기다. 내년 예산은 전년 대비 1.1% 증가하는 것으로 최근 확정됐지만, 기재부 예산안 초안에서는 7,000억원이 삭감돼 사실 충격이었다. 예산증가율이 미미했을 뿐이지, 올해처럼 대폭 줄여 보고된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그러면 안된다’고 몇 번을 말해 11월 국회에 제출할 때는 원상복구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농업예산을 움직였으나 기재부가 싹뚝 잘라낸 예산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 쓰인 셈이다. 농식품부 장관이 공석이던 시절 벌어진 예산 관련 일화다.

직불제 개편 논의나 쌀 목표가격이 뒤늦게 국회에 제출된 것도 농정공백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5년 전 쌀 목표가격을 재설정 할 때 당시 농식품부는 6월에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국회 논의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11월 정기국회에 임박해 쌀 목표가격 정부안이 제출됐고 그마저도 이개호 장관이 취임 초반에 거듭 밝힌 ‘19만4,000원대’가 아닌 현행 법 기준 192원 상승안이다. 물론 농민들의 거센 비판에 당정협의회를 통해 19만6,000원으로 정부안이 수정됐지만 문재인정부의 농정불신을 자초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국회에서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한 시정연설도 지탄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예산안 심의도 중단한 채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농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성토했다.

문재인정부가 두각을 나타낸 남북평화 교류에도 농업은 ‘열외’였다.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하루하루 온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선물했지만, 200여명의 방북단에 농업계 인사는 없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갔지만 이개호 장관은 못 갔다. 정상회담 방북에 정계·재계·노동계·학계·시민사회·문화예술계·청년 다 가는데, 농업계만 그림자 취급을 받은 셈이다.

3월 농식품부 장관 사퇴와 함께 좌초된 농정개혁은 지난 10월 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회 농정개혁TF의 직불제 개편 방향 발표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아울러 12월 정기국회에서 대통령 농정공약 1호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법안이 통과된 것도 가까스로 얻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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