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여, 자본의 탐욕에 맞서자 - 자유무역과 농업 | 주제발표(2)

  • 입력 2018.04.22 03:10
  • 수정 2018.05.18 11:4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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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강선일 기자]

 

알베르 바하나비아캄페시나 남동아프리카국제조정위원
알베르 바하나
비아캄페시나 남동아프리카 국제조정위원

정책 논의과정에서 소외되는 농민들

오늘날 아프리카 모든 곳에선 자유무역이 하나의 원칙이 됐다. 자유무역이 한 나라에 들어가면 농민들은 항상 희생자가 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지난달 17~21일 회의를 가졌다. 여기선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이날 합의된 내용인 ‘대륙 내 자유무역지역 합의(ZLEC)’에 아프리카 44개 국가만이 서명했고 나머지 11개 국가는 서명하지 않았다. 11개국은 노동자의 자유이동 건에 대해서만 합의했다. 합의서 내용이 이행될 시 2019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이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는 몇 가지 중대한 단점이 있다. 우선, 경제적 강대국들이 경제적 약소국을 조종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제조자가, 약소국들은 소비자가 될 것이다. 또한 토종종자가 사라질 것이며, 가족농은 몰락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국적기업이 농작물 생산을 독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키갈리에서 논의된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합의 과정에 어떤 농민조직도 참여하지 못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2012년 정부가 농민단체와의 협의 없이 기업식 농업 및 농산업 중심 정책을 추진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농민들은 계속 소외됐다. 이에 콩고민주공화국의 농민운동조직에선 2014년 10월 식량주권에 대한 소농회의를 조직하고,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보장하지 않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의 농업정책이 그릇됐음을 알렸다. 그 결과 정부의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내의 자유무역지대 창설 논의와 관련해, 우리는 농민의 입장을 반영할 범(凡)아프리카 대륙 포럼의 조직을 위한 자금 조성 및 변호사 조직 설립 등을 권고사항으로 제기 중이다. 작금의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 관련 문제는 아프리카 민중들에게 큰 문제며, 결국 각 국가 간 경제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세계 식량의 불평등 상태를 초래할 것이다.

 

알아스네 인차우스페 엘롤라비아캄페시나유럽 국제조정위원
알아스네 인차우스페 엘롤라
비아캄페시나 유럽 국제조정위원

WTO와 식량주권은 양립불가

WTO 체제하에서 식량주권의 담보는 어렵다. WTO는 점점 더 자유무역 시장을 확대하며 생산가격을 줄인다. 그러나 사회적·환경적 문제는 무시한다. 소농을 비롯한 농민의 삶에 대해서도, 식량생산의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WTO는 1,500톤의 곡물을 생산하는 트랙터를 소유한 농민 및 농업기업과 2톤도 생산하기 어려운 소농 간에 직접경쟁구조를 만든다.

농업생산은 투기의 대상이 돼서도, 글로벌시장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농민은 식량생산의 주체이며, 식량권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다. 그것에 시장의 힘을 적용하는 건 옳지 않다.

식량생산의 주체인 소농들의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FTA를 보면 소농의 권리는 점점 더 취약해진다. FTA 협상은 모두 투자자·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투자자 국가제소권(ISD)으로 인해 농민들은 다국적기업에 직접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이 너무나 강하기에 농민들의 권리는 더욱 보호받기 어렵다.

현재 추진되는 CETA 및 미국-EU 간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은 은밀함과 투명성 부족이란 공통된 문제를 가진다. 그러나 다양한 경로의 정보 유출과 시민사회운동의 강화로 협상 중인 일부 내용을 다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CETA와 TTIP는 모두 다국적기업의 이윤 증진을 목표로 삼으며, 엄청난 양의 농축산물(특히 육류와 가금류)의 무관세 수입을 부추길 것이다. 농민들은 보호장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류시장 개방으로 인한 육류 수입증가로 국내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다.

FTA로 인해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피해도 크다. 예컨대 산림 황폐화나 작물의 획일화, GMO 작물의 수입 등이 문제다. 따라서 FTA는 궁극적으론 소농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큰 피해를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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