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여, 자본의 탐욕에 맞서자 - 자유무역과 농업 | 주제발표(1)

  • 입력 2018.04.22 02:51
  • 수정 2018.05.18 11:4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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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강선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유무역과 농업’을 주제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청중들이 국내 농업 현황에 대한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 농민단체 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의 국제조정위원들이 패널 및 청중으로 참여해 자유무역으로 인해 피폐해진 각국의 농업 사례를 공유한 뒤 자유무역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유무역과 농업’을 주제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청중들이 국내 농업 현황에 대한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 농민단체 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의 국제조정위원들이 패널 및 청중으로 참여해 자유무역으로 인해 피폐해진 각국의 농업 사례를 공유한 뒤 자유무역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일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체로 조용했다. 그때 한 농민이 토론회장에 앉아있던 세계 각국 농민들 옆을 지나며 “하이, 에브리원!” 하고 호남 억양이 물씬한 영어 인사를 건넨다. 일순 정적이 깨졌다. 세계 농민들은 그에게 환하게 웃으며 “하이”, “땡큐” 인사를 했다. 한반도와 세계의 농민은 그렇게 만났다.

세계 농민들이 여의도에 모였다. 언어도, 피부색도, 종교도 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라는 괴물로 인해 고통 받는다는 점, 자유무역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점에선 모두 똑같았다. <한국농정>과 비아캄페시나 코리아(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주관으로 ‘자유무역과 농업’ 국제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바쁜 농사일을 제쳐두고 각지에서 온 한국 농민들, 그리고 비아캄페시나의 각 대륙 대표자들인 외국 농민들로 가득찼다.

이날 농민들은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다’란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농민들은 전세계 중소농민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초국적 농식품 자본의 탐욕, 농산물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푸드시스템의 세계화를 꼽으며, 향후 자유무역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한 다음과 같은 요구를 선언했다.

 

첫째, 농업과 농산물을 자유무역 대상에서 제외하라.

둘째, 초국적 자본의 시장지배력을 통제하고 유엔 농민권리선언이 제시하는 농민 권리 보장하라.

셋째, 초국적 자본의 글로벌푸드시스템을 규제하고 민중 식량권·건강권을 보장하라.

 

정리 배정은·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자유무역은 더는 우릴 옥죄지 못한다

지금 한국 농민의 현실은 너무나 어렵다. 얼마 전 대파 가격이 폭락했다. 전남 신안·영광·진도 농민들이 생산한 대파가 1kg당 100원이다. 서울 가락시장까지 와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절규하던 농민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자판기 커피도 300원 하는데 대파 가격이 1kg당 100원인 게 한국 농업의 현실이다.

대파뿐인가. 양파는 전년 대비 가격이 50% 떨어졌다. 농민들은 현지에서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건만, 정부는 수입농산물을 방출한다. 수입 양파 508톤을 방출하면서도 모든 수급대책을 다 시행 중이라 하는 게 정부의 모습이다. 쌀값의 경우 2013년 이래 계속 폭락 중인데 한때 12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작년에 15만4,000원으로 조금 올랐다. 그 오른 쌀값이 1997년의 쌀값 수준이다.

정부는 저곡가 정책으로 의도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낮춤과 함께 수입개방 정책을 끊임없이 펼쳤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1995년 WTO 출범 이래 한국 정부는 5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그 결과 한국농민의 소득은 계속 감소했다. 1995년 한 농가당 1,000만원이던 연간소득이 2016년에도 1,000만원이었다. 20여년 간 소득에 변화가 없다.

이처럼 한국농업이 바닥을 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는 격동하고 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미·중 무역전쟁, 영국의 브렉시트 등으로 기존의 자유무역 중심 세계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도 FTA는 끝났다고 하는 마당이니 더는 FTA와 WTO가 한국 농민의 삶을 옥죄지 못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전농은 평창올림픽 당시 강릉에서 남북통일문화제를 성사시켰듯 앞으로도 남북농업의 통일을 위한 기관차 역할을 하겠다. 남북 간 농자재 및 종자·농업기술 교류에 있어 전농이 앞장서고자 한다. 자강도의 감자가 남으로 내려오고, 제주도의 귤이 북으로 올라가는 통일농업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

 

자유무역보다 중요한 건 인권이다

조안 브래디 비아캄페시나 북아메리카 국제조정위원
조안 브래디
비아캄페시나 북아메리카
국제조정위원

캐나다 정부는 1988년부터 자유무역 정책을 추진하더니 이듬해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2016년 캐나다는 총 12개의 FTA에 서명했다. 현재는 유럽연합(EU)과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을 준비 중이다. 이 협정은 훗날 종료됐을 때만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현재 농민들은 이 협상내용에 대해 알 수도 없고,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도 없다. 이러한 FTA는 국가의 경제 통제력을 줄이는 한편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을 강화시킨다.

캐나다 밀 농가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만든 캐나다 소맥위원회(Canadian Wheat Board)의 시장독점적 지위를 2012년 캐나다 정부가 폐지하더니, 얼마 후 소맥위원회는 캐나다 번지 사(社)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의 합작투자회사인 G3에 의해 인수된 게 그 대표적인 예다.

무역은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FTA 이전 캐나다는 토마토를 자급자족했다. 토마토 3개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2개는 국내에서 쓰고 1개는 수출했다. 지금은 3개의 토마토 중 1개만 수출하고 2개는 미국에서 수입한다. 남는 토마토는 시장에서 덤핑으로 팔아야 한다. 미국의 수입농산물로 인한 잉여 때문이다.

1989년 FTA 발효 후 캐나다에선 5개 농장 중 1개가 사라졌고, 중소농장은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 현재 캐나다의 35세 미만 농민은 1988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캐나다의 농업이 자유무역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봤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캐나다 농민의 85%는 농업 외 소득을 얻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나도 농사를 지으며 슈퍼마켓을 운영한다.

환경보전, 인권 보호 정책이 자유무역 정책을 대신해야 한다. 자유무역보다 중요한 건 인권이다. 식량과 환경에 대한 권리를 인권의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민 종자권리를 확보해, 종자 통제력을 정부가 기업에게 넘기려는 걸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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