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개혁위 경북공청회, 소통 난망·기대 난망

농식품부 답변 들은 농민들 줄퇴장에 자리 비어
“기대 품고 왔는데 전혀 다른 얘기 … 실망 크다”

  • 입력 2018.03.04 11:49
  • 수정 2018.03.04 11:5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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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8일 경북도청에서 농정개혁위원회 경상북도 공청회가 열렸다. 농식품부측 답변에 실망한 농민들이 공청회장을 떠나 대부분의 자리가 비었다.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농정개혁위원회(농정개혁위)가 경상북도에서 두 번째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열린 충청북도 공청회처럼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농민들이 참석했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 같다”며 결국 실망한 채 돌아갔다.

지난달 28일 경상북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경상북도 공청회 ‘농정개혁과제, 농민에게 듣는다’가 열렸다. 양승룡 농정개혁위 농정분과위원장이 활동경과 보고 뒤 본격적으로 농민들의 질의가 시작됐다. 농민 측 대표로 발제의 기회를 얻은 조원희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은 폐해로 얼룩진 보조사업·중앙정부 중심의 농업 정책·농민이 배제된 협치 농정·농협 개혁 등 농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청산 대상의 적폐를 정리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객석의 농민들도 질의서와 청중 발언 기회를 통해 각자의 문제의식을 쏟아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국지성 우박으로 일부 지역이 상당한 피해를 받은 만큼 농작물재해보험법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었다. 류승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봉화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작년 재해는 매우 국소적이었음에도 전체 예산 3,500억 중 85%를 써버렸는데 태풍이라도 크게 오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문의했다. 또 “지원 내용도 실제로 농민에게 줬다는 것인지, 대출을 해줬다는 것인지 모호해 규모의 부풀리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오현 전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재해보험 대신 재해 발생 시 국가가 피해를 보장하는 ‘재해보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농민들이 가장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은 보조 사업이었다. 정병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구미시연합회장은 “기업형 법인체에게 너무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보조금이 농민에게 가는 것처럼 거짓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간접 지불 일변도의 보조 사업에 염증과 상실감을 느낀다는 농민들이 소속 농민단체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여성농민들도 그들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일괄적 지원 방침이 곧 차별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어진 농업개혁위와 농식품부 관계자들의 답변은 농민들로서는 ‘실망’ 그 자체였다. 들어온 질의에 대한 답변이 아닌 정부 정책의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이 줄을 이었다. 특히 보조사업 문제에 관해 양 분과위원장이 농민과 농민, 남성과 여성 간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보이자 이내 장내가 술렁이며 퇴장하는 농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의 답변이 ‘보조사업의 부정 사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로 이어지자 듣다 못한 농민들의 항의로 잠시 진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답변이 막바지에 이르자 공청회장에는 마지못해 자리하고 있는 농민단체의 대표들과 공무원들을 제외하곤 극소수의 농민들만이 남았다.

김정렬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문제의 핵심은 농민 간의 갈등이 아니라 자본을 우대하는 보조사업의 구조 자체”라며 “외부에서 영입했다는 개혁위원의 시각이 이런 수준이라면 더는 농정개혁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경산시 농민 김고균씨는 청중 발언을 통해 “가장 큰 농업 적폐는 농민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관료들의 이런 시각이다. 농민만이 아닌 국민의 농업이며, 앞으로 농정을 하실 관료들께서 이 부분을 인지하셔야 농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질책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농정개혁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혼란을 틈타 진행 중인 주제와 아무 상관이 없는 본인의 답변을 마친 뒤 서둘러 자리를 뜨는 등, 농민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도 보였다.

조원희 이사장은 “아직은 기대난망인 것 같다. 결국은 ‘기존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겠다, 부분적으로 보완을 하겠다, 소관 밖의 것들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고 마무리 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선 지금 무너지는 농촌 농민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현장순회 토론회를 다 마친 뒤 모든 사안을 아우르는 후속 토론회를 기획하고 중요한 과제들에 대해 결론을 냈으면 한다”고 농정개혁위 측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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