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적법화, 왜 어렵나

[2017 농정결산] 지자체 과다조치·‘선대책 후규제’ 원칙 실종

  • 입력 2017.12.22 22:30
  • 수정 2017.12.22 22:3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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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무허가축사 문제로 취재를 했던 축산농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꺼낸 말이다. 관련된 정부부처마다 설명은 시시각각 변했고 일선업무를 맡은 지방자치단체의 설명은 정부와 또 달랐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한 종료 100일을 앞둔 지난 14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 축단협)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회장 정문영)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화 기한 연장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축단협 관계자는 “지난달에야 무허가축사 적법화 관련 4개 정부부처 장관 합동으로 적법화 업무에 협조해달라는 합동 서신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됐다”라며 “그동안엔 지자체의 과다한 행정조치로 적법화 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지역 현장에선 지자체가 축사 신축에 주민동의서를 요구하거나 적법화 이행을 거부하는 등 과다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축단협은 9월경 적법화시 주요 쟁점사항 16가지를 추려 전국 125개 지자체에 입장을 물었으나 평균적으로 5개 항목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받았으며 이조차 지자체별로 수용하는 항목이 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부장은 “정부가 2013년 3월에 ‘선대책·후규제’를 원칙으로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인 2015년 11월에야 세부대책이 나왔다”라며 적법화가 늦어진 책임을 축산농가에만 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2013년 대책 마련, 2014년 제도개선 완료, 2015년 적법화 완료, 2016년 사후관리라는 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대책 마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한 축산농민이 대회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인·허가 축사의 GPS 측량에 착오가 있거나 입지제한 규제 이전부터 있었던 축사는 사실상 적법화가 불가능해 추가 대책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외에 고병원성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해 적법화가 막히기도 했다. 적법화 기간 중 가축전염병 발생일수는 325일에 달한다.

이에 축단협은 적법화 기한 3년 연장,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기존 축산농가 소급적용 제외 △선량한 입지제한 농가 구제 △총리실 직속 TF팀 신설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전국축산인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축산은 도축, 유통, 가공, 판매, 방역, 기자재 등 60조원 이상의 다양한 연관산업을 통해 수십만명이 생계를 이어가는 기간산업이지만 무책임한 이번 조치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처지에 처했다”라며 “금일 대회는 전국 축산농민 생존권 투쟁의 서막에 불과하다”라고 경고했다. 축단협은 내년 1월 다시 범축산인이 결집하는 총궐기대회를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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