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예농업, 꽃눈 수까지 관리하는 철저한 컨설팅

[ 기획 ] 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농업현장을 가다 - 호주·뉴질랜드 ③
프루이션 호티컬쳐, 생산-재배-수확 단계별 지도
키위·와인, 뉴질랜드 수출농업 ‘선도’

  • 입력 2017.12.10 00:47
  • 수정 2017.12.10 11: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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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 해외농업연수 올해의 주제는 ‘상생과 협력’이다.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9박 10일간 호주와 뉴질랜드의 농업현장 연수를 동행취재하면서 농업강국이라는 명성을 낳은 사회 곳곳의 농업 중시 현장,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노력을 지면에 담는다.

 

뉴질랜드 북섬 타우랑가 지역의 키위농장. 바람을 막는 방풍림이 키위나무를 둘러싸고 있다.

한국에서 ‘뉴질랜드 키위’는 익숙한 수입과일이다. 실제 뉴질랜드에서 원예농업은 ‘내수’가 아니라 수출주도형 산업이다. 생과일, 가공야채, 화훼류 등 120여개 이상의 품목이 122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데, 호주, 일본, 영국 등이 주 수출국가다. 지난 1970년 이후 뉴질랜드의 원예농산물 수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키위와 와인 수출의 증가는 단연 두드러진다. 뉴질랜드 원예농업의 이같은 수출증가세는 ‘청정함’을 앞세운 천혜의 자연 조건과 이를 지키려는 생산자들의 의식, 고품질 균등한 상품성을 겸비한 농산물 생산에 달려있다. 특히 농약관리, 품질 등 수출시장의 평판에 민감하기에 농업 전반의 컨설팅이 일반화 돼 있는 것도 한국농업과 차이점이다.

토양, 기상 데이터를 통한 농가별 특화된 생육지도

뉴질랜드 북섬 타우랑가 지역에 위치한 컨설팅회사, 프루이션 호티컬쳐(Fruition Horticulture, 프루이션)는 과수생산농가, 선과장, 관련 산업기관을 비롯해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고급 기술용역 컨설팅을 주 업무다.

1986년부터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 있는 프루이션 호티컬쳐의 루스 언더우드씨는 “뉴질랜드는 중요한 과수산업 발전을 위해 컨설팅 회사는 물론 각 분야별 농업기술서비스가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면서 “농업컨설팅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독립형 전문컨설팅, 농장고용 계약직 컨설팅, 혹은 농자재 회사가 하는 자재관련 컬설팅 등이다. 이 외에도 선과장, 수출업자 등도 최상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조력자들”이라고 말했다.

키위농장주 존씨(왼쪽)는 컨설턴트 언더우드씨를 ‘농장의 보스'라고 말할 만큼 생산 전반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프루이션과 같은 전문컨설팅사는 재정운영, 농장운영, 인력관리, 작부계획, 토양 수분 관리, 농장방문 기술지도는 물론 마케팅까지 총괄담당 한다. 각 농가별 특화된 생육지도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농가신뢰 또한 두텁다. 예를 들어 개별 농가의 생육정도를 평균치농가 데이터와 비교해 관리해 나가고, 과일 하나하나 테스트를 하는데 기형과를 따주거나 과일 수확 전에 ‘성숙지수’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체크하는 것 등이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키위나무에 그 해 핀 꽃 개수까지 계산해 풍흉을 판단하면서 판매장과 사전 계약량이나 가격 등을 조율하거나 꽃눈 수로 작황을 예측하는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수출용 생산이라면 컨설팅은 더더욱 필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스프리’ 협동조합이 뉴질랜드에서 생산한 키위를 세계에 수출하는 단일창구역을 맡고 있다면, 생산단계를 돕는 것은 전문 컨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더우드씨는 “개인농가 컨설팅은 과수원 확장여부, 품목전환 여부, 판매전략 등까지 상담을 한다. 컨설턴트라는 것은 농가들이 의도하는 바에 대해 지식과 경험으로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 농가들이 이웃 농가들과 차이가 생긴다면 기상, 토양, 농가특성 등을 분석해 왜 다른지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기본이다”며 “무엇보다 농가와 계획, 실행, 관리감독관찰까지 함께 하되, 농가가 이를 잘 실행하도록 끊임없이 돕는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들이 만든 GAP, 기본인증으로 자리잡아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GAP로 관리한다. 대부분의 대형유통점은 GAP 인증을 기본으로 요구하는데, 우리나라가 정부주도 GAP라면 뉴질랜드는 생산자중심이다. 품목단체 농민들이 동의한 내용으로 GAP 매뉴얼을 정립한다. 이 매뉴얼만 1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게 언더우드씨의 설명이다. 품목별 농가 교육을 통해 GAP를 생활화 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정부는 생산자들이 만든 매뉴얼 내용을 검토하고 인준하는 역할에 충실할 따름이다.

농업컨설팅에 대한 농가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다. 비용이 들지만 그만큼 경제적 이득과 도움이 확실해서다. 언더우드씨가 관리하는 키위농장을 방문했다. 농장주 존씨는 과거 낙농을 하다가 전업을 했는데 현재 5.3ha 면적에서 키위농사를 하고 있다. 그에게 농장컨설턴트의 의미를 묻자 한마디로 “농장의 보스”라는 표현을 썼다. 2주일에 한번 농장에서 현장 컨설팅을 받는데, 키위농사가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컨설팅 비용이 시간당 120불(호주달러) 정도로 부담이 높은 편이지만 존씨는 “다른 농가보다 30% 정도 생산량이 많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와이카토 대학 농경제학과 프랭크 스크림저 교수는 “뉴질랜드는 초지기반 목축이 중심이지만 원예농업도 상당히 성장했다. 그 중 키위농업은 970개 이상의 직업과 연결돼 있다. 키위농장이 성업을 이루면 관련된 모든 산업이 동반성장한다”고 키위농업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원예산물은 소비자 인식이 중요한 만큼 맛과 품질 등을 균일하게 하는 브랜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와이카토 대학 프랭크 스크림저 농경제학과 교수는 "키위농업은 970개 이상의 직업과 연결돼 있다. 키위농장이 성업을 이루면 관련된 모든 산업이 동반성장한다”고 키위농업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원예산물은 소비자 인식이 중요한 만큼 맛과 품질 등을 균일하게 하는 브랜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정한 자연, 온화한 기후, 생산과 판매까지 체계화된 시스템을 고루 겸비한 가운데 세계 키위시장을 선도하는 뉴질랜드는 골드키위를 대체할 ‘골드3’ 신품종 출시를 준비하는 등 공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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