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송편’ 빚으며 하나 된 마을

[서천 달고개모시마을] 지역특성 살린 마을사업 운영, “송편 만드는 날이 기다려져”

  • 입력 2017.06.30 13:48
  • 수정 2017.06.30 13: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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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역 특산물인 모시를 활용한 공동사업이 마을을 더욱 화목하게 만들고 있다. 달고개마을 주민들이 정자에 앉아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충남 서천군 월산리의 옛 이름은 월령(月嶺, 달고개)이다. 한 갑자 이상을 줄곧 월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이 마을은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옛 이름을 별칭으로 갖게 됐다. 푸릇푸릇 쫄깃쫄깃한 모시송편으로 이제는 전국에서도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달고개 모시마을’이 그것이다.

달고개마을은 전통적으로 모시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모시는 예로부터 옷감의 재료로 긴요하게 쓰였지만, 한편으로 모싯잎을 넣고 떡을 만들면 특유의 향과 탁월한 해독작용을 갖춘 참살이식품이 된다.

달고개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6년 호당 30만원씩 공평하게 출자해 ‘월산리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이곳 영농조합에선 마을에서 재배하는 모싯잎으로 마을 주민들이 모시송편을 빚는다. 만들어진 송편은 인근 판매장과 인터넷, 택배 판매를 통해 전국으로 나간다. 어느덧 입소문을 꽤나 타면서 지역 명물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모시마을이란 명성답게 마을 곳곳에는 심심찮게 모시밭을 찾아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두 조로 나눠 당번제로 송편을 빚는다. 작업은 성수기인 명절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사나흘에 한 번 꼴. 보통은 개인 농사를 하면서 틈틈이 작업장에 나와 일당을 받는 식이다. 작업이 드문 만큼 대단한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자기 당번 순서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송편을 빚으면서 두런두런 피어나는 이야기꽃 때문이다.

몸이 좋지 않다는 김분예(84)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고 댕겨도 그것(송편빚기)은 힘드는지를 몰라. 서로 웃어가면서 하니께!”라며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다소 젊은 축에 드는 이복순(68) 할머니도 “(사업을 시작한 뒤) 동네 분위기가 살지. 젊은 사람, 어르신들 구분없이 다들 친해지거든”이라며 즐거워한다. 뉘 집 개가 새끼 몇을 뱄는지까지 소식이 빤하고, 서로서로 전하는 축하나 위로는 배가 된다. 모시송편은 마을을 한층 더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마을 회의가 있는 날. 떡에서 억센 모시줄기가 나온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자, “모싯잎을 오래 저장하면 질겨지는 것 같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저장하지 말자”, “짤순이로 짜지 말고 바구니에 받쳐 저장하면 질겨지지 않는다”는 진지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너무 애정이 넘친 나머지 일부 안건에선 논의가 격앙되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한 곳을 향해 마음을 쏟는다는 자체가 충분히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이다.

최근엔 법인 운영도 순탄치많은 않다. 쏠쏠한 소득원이자 홍보수단이 됐던 체험활동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거래처의 외상거래도 늘어가고 있다. 군청의 지원은 일찌감치 끊겨 지금은 순수하게 마을 소득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달고개마을엔 여전히 웃음이 넘친다. “무엇보다 함께 웃으면서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만들었으니까요.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활동하시고, 대화가 많아지고, 마을 화합이 잘 되는 게 너무 좋습니다.” 마을 사무장인 양생규씨의 씩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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