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기로에 선 화훼산업

  • 입력 2017.02.16 20:36
  • 수정 2017.02.16 20:4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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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좀처럼 웃을 날이 없는 날의 연속이다. ‘대목’이라 일컫는 졸업과 입학시즌이건만 화훼농가의 살림살이는 당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박광자(51)씨가 거베라를 수확하던 중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치고 있다.한승호 기자

입학식과 졸업식이 겹치는 2월 성수기에도 꽃 소비가 늘지 않자 화훼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화훼농가는 물론 생산자단체와 도·소매업을 가리지 않고 화훼산업이 위기라는 데 목소리를 모으는 한편 지난해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매거래 금액이 26.5% 감소했다. 자세히 보면 꽃다발 27.5%, 화환 20.2%, 관엽 35.8%가 감소했다. 도매거래 물량도 13% 감소했다. 절화류는 11.1%, 분화류는 15.8% 감소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화훼산업이 타격을 받은 것은 엄연한 현실인 셈이다.

하지만 화훼산업 위기의 원인을 청탁금지법만으로 돌리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화훼산업에 불어 닥친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다. 화훼산업 위기의 진원지를 찾는 취재과정에서 농식품부 관계자의 첫 마디도 “(청탁금지법 때문이기보다)늘 위기였다”라는 것이다. 화훼산업이 걸어온 흥망성쇠의 길을 되돌아보면 위기의 진원지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우리나라의 화훼산업은 1990년부터 수출유망 작목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국가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화훼농가에 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90년 8,945호였던 농가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1만347호로 늘어났고, 재배면적도 3,503ha에서 6,829ha로 증가했다. 생산액도 2,393억원에서 8,510억원으로, 수출액도 144만달러에서 1억307만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이 줄어들면서 화훼산업은 2010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로 들어섰다.

이후 2015년 수출액은 2,800만달러로 15년 전인 2000년 수준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FTA 체결의 영향으로 수입산이 물밀듯이 몰려든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2010년 4,500만달러이던 수입액은 2016년 6,1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수출감소와 수입증가도 문제지만 생산비 증가, 유통구조의 문제 등도 화훼산업 위기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행사 중심 꽃 소비문화가 핵심적 문제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무슨무슨 날에만 꽃을 찾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화훼업계에선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심정에서 청탁금지법의 적용 제외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위기에 놓인 화훼산업에 불을 지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밑바탕에 깔린 위기의 근본원인을 도려내지 않고선 일시적 방편에 그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간 화훼산업이 수입산에 잠식당할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고, 화훼농가들은 “더 이상 전망이 안 보여 작목전환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아우성이다. 존폐의 위기에 놓인 화훼산업, ‘인공호흡’도 필요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수혈’이 먼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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