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소독 철저 강조하며 농가에 고병원성 AI 책임 전가

“바이러스 문제는 농민 손 떠나 … 뒷북치는 방역이 문제”

  • 입력 2016.12.02 16:49
  • 수정 2016.12.02 16: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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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오래갈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충북 음성군의 한 오리농가 살처분 현장에서 만난 방역기관 관계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확산세를 막기엔 늦었다고 낙담했다. 이 관계자는 “음성은 최근 몇 년간 살처분을 많이 해서 남은 오리농가가 몇 군데 없다”며 “이 앞의 농가도 운영하지 않는 농장이다. 3㎞ 내에 농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리농가는 수익이 없다. 회사에서 오리와 사료를 줄 뿐 생산비는 축주들이 다 해결해야 한다”고 살처분 농가의 생계를 걱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의 생각은 이와는 결이 다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8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농가에서 철새의 접근을 차단하고 농가 내외에 대한 철저한 소독과 외부차량 및 사람에 대한 소독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 농가 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한다면 고병원성 AI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부연했다. 일본은 지난달 15일과 19일 야생조류에서 2건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분리됐으나 이날까지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일부 언론에선 과도한 살처분 보상금 지급으로 농가의 방역의식이 해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한 바도 있다”라며 다시금 농가에 출입통제 및 소독 등 ‘야생조류 관련 AI 차단방역요령’에 따라 철저한 방역활동을 실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같은 농식품부의 인식은 살처분 보상금 감액정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농식품부는 1년 전 동일한 가축전염병에 반복해 걸린 축산농가의 살처분 보상금을 삭감하는 이른바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를 현실화했다. 축산단체의 건의에 재발 기간을 5년 이내에서 2년 이내로 고쳤지만 방역책임을 개인인 축산농가에 씌우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9일 열린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 회의에선 “지역별 최초 발생농장은 대부분 주변에 철새서식지와 농경지가 있어 야생조류 분변에 오염된 차량 또는 사람에 의해 유입되거나 야생조수류의 축사 침입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을 뿐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역학조사위는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 원인을 두고 겨울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입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됐을 가능성을 추정했다.

이에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철새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다”라며 “철새가 전파한 바이러스가 재조합된 바는 없다. 이 바이러스는 수개월 전부터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역학조사위의 추정을 반박했다. 이어 서 교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는 농민의 손을 떠난 사안이다. 겨울철 축사 주위를 백날 소독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반문하며 “농민들이 의심축 신고를 한 뒤에 뒷북치는 방역이 문제다. 살처분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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