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당근 생육부진 … 월동채소 수급 불안

가뭄·태풍 재파분 생육 비정상
출하 가능할까 … 농가 노심초사

  • 입력 2016.11.27 02:20
  • 수정 2016.11.27 02:2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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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 월동무·당근의 생육상태가 매우 부진해 수확기 수급불안이 우려된다. 수확시기 지연은 물론 수확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제주 월동무는 지난달 태풍 ‘차바’의 피해를 직격으로 받았다. 파종한 지 한 달 남짓 된 밭에 비바람이 들이치자 대부분이 배겨내지 못해 재파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파종 적기를 훌쩍 넘긴 탓에 애초에 정상적인 생육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예년보다 10월 기온이 따뜻해 일말의 희망이 있었지만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 피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당근은 무보다 파종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태풍 피해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또한 파종기에 극심한 가뭄을 맞아 초기 재파비율이 상당했다. 결과적으로는 태풍 피해를 입은 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무와 당근 모두 어떻게든 태풍과 가뭄을 견뎌낸 밭은 예년보다 다소 부실할지언정 어느 정도는 뿌리가 굵어가고 있다. 그러나 재파를 한 밭은 정상 밭다 파종시기가 늦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생육에 심각한 지장을 보이고 있다<사진>.

제주 월동무·당근 재파분의 생육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21일 제주 구좌읍의 재파한 밭에서 뽑은 무와 당근(각 사진 아래쪽)을 그렇지 않은 밭에서 뽑은 것과 비교해 봤다. 정상 개체들도 평년보다 부실하지만 재파한 개체들은 그에 비해서도 형편없는 모습이다.

구좌읍에서 무·당근을 재배하는 고광덕씨는 “보통 12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당근은 3월 초까지, 무는 4월 이후까지 출하를 하는데, 지금 같아선 내년 3~4월이 돼도 수확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같은 상황이 결코 일부 농민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제주도청이 파악하고 있는 올해 재파비율은 무가 30%, 당근이 40%다. 월동무·당근 수급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년대비 최대 4배까지 치솟은 포전거래 가격을 봐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은 월초 농업관측에서 월동당근 생산량이 전년대비 46~54%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한편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인 도청의 피해보전 또한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구좌 농민 백의통씨는 “8월초 당근을 파종했다 가뭄으로 재파를 하고, 비 때문에 발아가 안돼 일부는 다시 재파를 했다. 그 중 2,000평은 또 태풍 피해를 입어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줘서 지금은 무가 심어져 있다”며 “농민들의 비용 손실이 엄청난데, 도청에선 재파비라도 지원을 해준다고 방송을 해 대더니 아직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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