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태풍피해 엄습, 월동채소 수급 적신호

  • 입력 2016.10.16 01:49
  • 수정 2016.10.16 01: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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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폭염이 지나자 비바람이다. 때 늦은 장마와 태풍에 채소류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태풍을 정통으로 맞은 제주지역과 장마가 머물고 간 호남지역에서 예상보다 큰 작물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는 지난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김장철 배추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전망을 밝혔다. 여름철 폭염의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 가격이 지난해 대비 세 배 가량 치솟아 있지만 가을작형 출하와 함께 차츰 수급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바로 배포 당일 태풍 ‘차바’가 남부지역을 지나갔고, 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가을장마에 설상가상 태풍까지 맞은 호남지역 배추 작황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배추밭에서 농민이 습해를 입어 누렇게 된 배추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장배추·월동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은 특히 습해가 심하다. 정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마가 시작된 탓에 뿌리가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고 잎이 축 져 있다. 피해가 심한 밭은 멀리서 보기에도 누런 빛을 띠며, 그나마 양호한 밭이라 해도 정상적인 결구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산이면의 한 배추농가는 “올해 농민들이 유난히 밭떼기 계약을 많이 했는데 배추가 너무 안좋아 상인들이 가져가려 할지 걱정이다. 계약상 작황 문제는 농가 책임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가져간다 하더라도 가격을 깎거나 농가가 돈을 물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한탄했다.

더욱이 태풍으로 인해 군데군데 유실된 밭도 있고, 2차피해인 뿌리혹병도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했다. 해남 농민들은 이 지역 배추 생산량이 최소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전국대비 해남군의 김장배추 생산면적은 15%, 월동배추 생산면적은 68%다. 김장배추 생산면적도 시군단위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월동배추 생산면적은 독보적이라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점점 더 큰 수급불안이 우려된다.

월동채소라면 제주지역 작물들도 큰 문제다. 월동무·당근은 물론 양배추·적채·브로콜리 등 태풍피해가 채소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수백 평 단위의 밭에서 작물이 거의 다 죽어버린 곳도 적지 않으며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제주도청이 추정하고 있는 피해물량은 제주 전체의 10~20%지만 작물에 대한 제주도청의 피해조사가 소극적이라 곧이 곧대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현장에선 “피해를 안 본 농민이 없다”고 할 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주장이다. 일부 농민들은 “내년 1~2월이 되면 채소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고 수입쿼터가 대폭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은 어느 정도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작물들의 상태가 안정되는 이번주부터 현장 피해상황 점검에 나선다. 현장점검 이후 기상이변에 따른 구체적 수급전망을 내 놓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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