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뽑긴 뽑았는데

<민주적 자주농협 만들자 ➊> 대의원 간선제·위탁선거법, 조합원 위한 개혁논의 가로막아

  • 입력 2016.01.24 01:59
  • 수정 2016.01.31 06:2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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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농협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정한 농협개혁이 되려면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농협의 임원 선출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는 기획연재를 통해 농협 임원 선출구조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지난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간선제 등 선거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채 막을 내렸다. 특히 6명의 후보들이 농민 조합원의 의견과 거리가 먼 조합장을 향한 선심성 공약만 앞세워 정작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빠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였다는 지적이 높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유권자는 292명밖에 안되지만 전국을 아우르는 선거다. 그럼에도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은 예비후보제가 없어 오로지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만 인정하고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선거제도는 언론 등에 자천타천 이름이 거론됐던 이른바 빅3 후보에게만 유리한 선거지형을 안겨줬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준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선거출마를 희망했던 임명택씨는 지난해 12월 28일 “현 선거제가 극히 폐쇄적이어서 본인의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에 알릴 기회가 없어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선거를 포기했다. 빅3 후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동안, 그는 언론에 이름조차 나오지 못했다.

대의원 간선제는 조합원의 선거참여 기회를 열어놓지 않아 23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회장을 선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 조합원 총의를 반영한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서명운동을 벌여 1만 4,803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농해수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엔 전체 회원조합 조합장이 유권자인 중앙회장 직선제를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농협중앙회의 반대로 막힌 상태다.

결국 기존 대의원 간선제를 유지한 채 치러진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때 아닌 조합장 복지향상을 내세운 공약만 넘쳐났다. 이는 지난해 3월 열린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조합장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조합장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농민 조합원들이 거듭 문제를 제기했던 농협 계통구매 사업 개선방안이나 무자격조합원 정리에 대한 논의는 아예 실종됐다. 계통구매 사업은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에 필요한 농자재를 일괄 구입해 가격을 낮추는 게 목적이지만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이 각자 유통 단계에서 수수료를 붙여 현장에선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농자재 원가나 업체에게 받는 판매장려금 내역 공개는 언감생심이다. 김영재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계통구매사업의 효과를 보려면 중앙회 중심이 아닌, 지역농협 중심으로 구매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무자격조합원 문제가 대두됐지만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들에게 지도공문만 수차례 내렸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경남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는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구해도 미비점을 보완하라는 공문만 보냈다”라며 “한 통 속 아니냐”고 탄식했다. 조합장선거가 끝난 지 10개월째이지만 전국의 지역농협은 아직도 무자격조합원과 관련한 각종 선거무효소송과 이어지는 조합장 재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이번 중앙회장 선거를 두고 “권력교체만 됐을 뿐, 조합원을 위한 개혁과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라며 “김병원 당선인의 공약에 일부 개혁적 측면을 엿볼 수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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