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할 게 없어” 월동작물 습해 심각

잦은 비로 습해 발생 … 수확량 급감·생산비 보전 못해
농작물재해대책법 상 습해는 피해보상 없어

  • 입력 2016.01.15 13:58
  • 수정 2016.01.17 18:13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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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군 청계면의 양파 밭. 잦은 비로 양파가 잘 자라지 못해 비닐이 드러나 보인다.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겨울비가 자주 내린 전남 지역은 월동작물 생장이 원활하지 않아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전남의 경우 지난해 11월 무려 13일이나 비가 내렸다. 격일로 비가 내려 당시 강수량은 90㎜로 평년 47.4㎜와 비교해 무려 2배나 비가 많이 왔다.

이처럼 잦은 비에 전남 지역 월동작물들의 습해 피해가 심각하다. 습해로 인해 농작물 생육 부진과 품질 저하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금치, 보리, 양파, 표고버섯 등 작물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출하시기를 맞은 시금치는 습해가 심각해 수확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에서 약 5,300㎡(1,600평)에 시금치 농사를 짓는 문명수(60)씨는 “올해 농사에 생산비로만 약 200만원이 들었다”며 “올해는 퇴비를 많이 해놔서 그나마 우리 밭의 시금치는 뿌리는 살아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는 “지금 수확기간인데도 시금치들이 잎이 노랗게 변해 수확을 못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농사를 지을 인건비도 안 나와 2월엔 농사를 짓지 못할 것”이라며 근심을 드러냈다.

▲ 습해로 시금치 잎이 누렇게 변해 무안군의 문명수(60)씨는 "지금 수확기간인데도 시금치들이 잎이 노랗게 변해 수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이 주산지인 양파는 잎이 4월 수확을 앞두고 노랗게 변해 생장이 부진한 상황이다. 무안군 청계면에서 양파 1,300㎡(400평) 농사를 짓는 정기남(64)씨는 “비가 많이 와도 한 달에 몇 번 오는 건 괜찮은데, 이렇게 격일로 자주 오는 건 양파 농사 40년 중 처음이다. 올해 농사는 다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양파는 4월 말경 수확하는데 이대로라면 날이 풀려도 자라지 못할 것 같다”며 “이번 수확은 한 30%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잦은 비로 인한 습해로 농작물의 피해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농업재해대책법상의 보상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시금치 피해가 커서 농식품부에 피해보상을 건의했지만 습해 자체가 농작물재해대책법의 피해보상 대상이 되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기상 이상에 따른 피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농작물재해보험도 습해로 인한 피해보상에는 한계가 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대상이기 때문에 습해도 보상받을 수 있지만 품목별로 제한은 있다”며 “시금치의 경우 시설 시금치만 가입대상이고 노지 시금치는 가입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파의 경우 종합위험방식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습해도 피해보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양파 농가의 재해보험가입률은 전국적으로 2% 내외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습해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는 농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전남도 측은 “습해에 대비해 물빠짐을 좋게 하도록 밭 골을 깊게 파는 재배방법을 농가에게 지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물빠짐이 원활하도록 배수 정비를 통해 습해를 예방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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