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입보장보험, 만병통치약 아니다

생산량 감소에 가격 하락까지 종합 보상 방식
한-미 FTA 피해보전 대책 ‘농가소득안정직불제’ 논의서 탄생

  • 입력 2016.01.02 15:23
  • 수정 2016.01.04 14:4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콩 농업수입보장보험’이 보험금 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농가소득의 안정장치로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이 기존 농작물재해보험의 수확량 감소를 보전하는 기능에 농산물 가격하락까지 포함하는, 농민들에게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선 보험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다. 수입보장보험의 특징은 무엇이며 맹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수확량+농산물값’ 보험으로 보장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수입보장보험에 대해 재해 등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가격 하락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종합 경영안정제도라고 설명한다. 풍수해에 따른 수확량 감소만을 보장하던 농작물재해보험에 풍흉, 수입농산물 등에 따른 가격하락에 대해서도 추가 보장이 된다. 품목별로 ‘실제 조수입’이 보험 가입 때 정한 ‘보장 조수입’ 보다 적을 경우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재해 발생 등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위험 뿐 아니라 풍작 등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수입보장보험 하나면 아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게 된다.

▲ 올해 첫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콩 농업수입보장보험’이 이달 말 수확기 가격이 확정되면 농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 제주의 콩나물콩밭.

왜 도입됐나?

수입보장보험은 한-미 FTA 대책에서 원류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07년 6월 한-미 FTA 대책으로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0년부터 총 3차 도상연습을 시행한 결과 소득안정직불제 보다는 수입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2012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수입보장보험 도입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정원호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농가들의 소득안정 프로그램으로 쌀직불제, 밭직불제를 비롯해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으나 종합적인 소득안정 수단으로는 미흡하다”면서 “가격과 생산을 동시에 보장하는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 또는 수입보험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소득안정직불제에는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로 쌀직불제를 소득안정직불제로 통합할 경우 수급 농가수가 감소하고, 소득 산정 기준에 따라 수급대상과 수령금의 차이가 커 농가소득 안정화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식부면적, 사육두수 파악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반면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쌀직불제 등 기존 정책과 상충되지 않으면서 기존 농작물재해보험의 농가단위 수확량 자료에 시장가격을 적용하면 개별농가의 수입파악도 가능해 도입 가능성이 밝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단국대학교 김호 교수는 “FTA 협상하면서 약속한 소득안정직불제를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보험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보험은 보험사의 이득이 전제돼야 하고, 농가가 보험금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불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처럼 실효성에 의문을 둔 김 교수는 “농가 소득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농민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농가의 소득보장 정책을 ‘직불제’에서 ‘보험’으로 선회하면서, ‘농업수입보장보험’이 출시됐다. 

2015년 콩·양파·포도 시범사업 시작

지난해 6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콩 수입보장보험은 김제·문경·서귀포시·제주시를 우선 대상으로 가입신청을 받았다. 11월에는 양파(무안, 함평, 익산, 창녕, 합천)와 포도(화성, 상주, 영주, 영천, 영동)가 추가돼 주산지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품목별 보험 가입결과는 △콩 688농가 △양파 299농가 △포도 528농가로 집계됐다. 농식품부가 당초 내부적으로 목표했던 가입률을 훨씬 상회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흉작인 제주 콩나물콩, 수입보장보험 첫 평가대

첫 선을 보인 콩 수입보장보험은 가입농가들의 수확량과 시세를 기준으로 보험금이 산정된다. 농가들의 실제수입을 기준으로 수확기 평균 수확량, 수확기 평균 가격을 종합해 자기부담율을 제외한 차액을 지급한다. 예를들어 자기부담비율 20%를 선택한 농가의 경우, 수확량 kg당 1,000원, 1,000kg 수확(100만원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정작 수확당시 kg당 500원에 500kg 밖에 수확을 못해 25만원 소득에 그쳤다면, 차액 75만원 중 자기부담비율 20만원을 제한 55만원을 농가가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제주 콩나물콩 농가들은 지난해 같은 ‘흉작’에 수입보장보험이 과연 얼마나 보탬이 될 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러나 1월 말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수확기 콩 값이 확정되기도 전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보험상품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우선 기준가격이란 것이 농민들의 생산비와 별개로 5개년 도매시장 평균가격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제주의 경우 지역농협의 5개년 평균수매가격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농산물 값이 하락기조인 최근의 상황에서 기준가격 자체가 너무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

생산단수도 야박하단 평가다. 실제 제주 콩나물콩을 심는 한 농가의 경우 60~70평에 40kg 1가마를 생산하는데 보험에선 100평에 1가마로 친다. 수확량도 기준가격도 농가 현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 심동욱 사무관은 “농사를 잘 짓는 분들은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100평에 1가마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다. 시범사업 첫 해이기에 평균 생산량을 반영했고, 본인의 평균 생산량은 수입보장보험을 지속 가입하게 되면 자연히 집계된다”고 말했다. 

보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농민들은 보험료 할증에 대한 부담도 떨치지 못했다. 올해 보험금을 타면 내년 보험엔 ‘할증’이 붙어 몇 년치가 쌓이면 결국 보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거란 계산에서다.

심 사무관은 “보험료를 수령하게 되면 할증은 붙는다. 하지만 많지 않고, 또 보험금 수령 없이 다음해 재가입하게 되면 할인 혜택이 있다”고 덧붙였다.

첫 평가를 앞두고 있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보험’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농민은 4,000평에 대해 수입보장보험을 들었다. 생산비 400만원에 보험료 60만원을 들여 콩농사를 지었지만, 최근 ‘수확불능’ 판정을 받아 수입보장보험으로 430만원을 보상받았을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