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격 담합업체 용서해주자?

축단협 성명 발표에 농민들 “제 정신인가”

  • 입력 2015.06.07 09:5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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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 대한한돈협회장)가 일부 사료업체들의 사료가격 담합 혐의를 두둔하는 성격의 성명을 발표, 축산업계가 들끓고 있다. 중대한 사안에 농가의 입장과 상반되는 내용을 발표한 축단협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2011년 사료가격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11개 민간사료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업체에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사료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이는 결국 농가로부터 착취한 셈이다. 언론이 담합 의혹을 보도한 이후 전국 축산농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격노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축단협이 돌연 ‘사료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해선 안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축단협은 생산자단체를 위시해 도축·가공업 등 축산업과 관련된 20여개 단체가 결집한 조직이다. 이번 성명에는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 농협축산경제(대표이사 이기수) 등 일부만이 불참, 나머지 생산자단체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황엽 한우협회 전무는 “농가에게 큰 죄를 지은 사료업체들을 봐주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회원농가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그런 일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성명의 내용조차 전달받지 못한 채 이름이 오른 단체도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손정렬) 측은 “축단협으로부터 성명에 관한 어떤 내용도 들은 바가 없다. 성명서의 내용은 낙농육우협회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못박았다.

축단협은 과징금 처분으로 인한 담합업체의 경영 악화가 결과적으로 사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농가에 부담이 될 것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성명서에서는 “(과징금 대신) 사료가격 인하로 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담합 책임’의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이번 담합 의혹은 사료 가격구조의 특징 및 사료업체간 경쟁을 고려할 때 담합이 어렵다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담합이 아니다’는 논지를 펴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한돈협회는 축단협의 주체 격이다. 그런 한돈협회의 지역협의회에서조차 이같은 내용에 격노하고 있다. 최재철 한돈협회 경북도협의회장은 “며칠 전 한돈협회에 가서 ‘담합업체에 과징금이 매겨지면 협회 차원에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해야 한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인 성명이 나와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한우, 낙농, 양계 할 것 없이 지역 농민들은 모두 축단협이 ‘제 정신인가’라는 반응이다. (축단협을) 결코 그냥 놔두진 않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미 국가기관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 축단협이 굳이 대다수 농가에 반하는 성명을 낸 배경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선현 한돈협회 전무는 “논의가 이뤄지게 된 배경도 없고 처음 얘기를 꺼낸 사람도 없다”고 말을 아끼며 “그럴 만한 상황이 됐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이런 성명서를 내게 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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