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민 등쳐먹은 ‘사료값 담합’

제2의 비료담합 … 규모는 비료의 10배

  • 입력 2015.03.28 10:44
  • 수정 2015.03.29 22:2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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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일부 민간사료업체들이 5년간 사료가격을 담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정황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12년 비료가격 담합 이래 최대 사건이며 경제규모는 그 10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2006~ 2011년 5년간 11개 사료업체들의 담합 혐의에 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해당 업체 대표들이 2006년 10월부터 골프 및 식사모임을 통해 담합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5년간 이들 업체의 매출액은 총 13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가격인하를 선도해 왔던 농협사료가 수 차례 사료값을 인하해도 큰 효과가 없던 게 이유가 있었다. 대형 기업들의 사료시장 독점 구조가 이런 일을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가격이 담합된 시기는 FTA로 인한 수입축산물 잠식효과가 가시화되고 국제곡물가 상승으로 사료값이 전반적으로 치솟던 시기다. 사료값은 축산농가 경영비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많은 농가가 적자운영에 허덕이거나 축사 문을 닫아 왔다.

자연히 농민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는 성명을 통해 “비싼 사료값으로 농가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빚을 지며 근근이 한우를 키워 왔는데, 이제 보니 사료회사들의 폭리로 인한 것이었다니 이를 믿어야 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한편으론 해당 업체들에 부과될 과징금을 농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과징금 부과기준 7~10%를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과징금은 1조원 안팎의 대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비료담합 과징금 828억2,300만원의 10배 규모다.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이번 과징금은 엄밀히 따지면 축산농가에게서 뜯어낸 것이다. 농민들이 피해 본 것이니 어떻게든 농가에 반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료값 원가 공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담합사건으로 축산농가의 소송이나 사료업계의 구조조정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우협회는 “과징금 처분으로 사료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가격인하는 고사하고 가격을 올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드러내며 해당 업체들의 사료값 인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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