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계 수입 차단에 육계산업 먹구름

미국발 AI로 원종계 확보 난항
환우 따른 과잉생산·병아리 품질저하 우려

  • 입력 2015.05.10 18:1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미국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장기화 추세로 접어들면서 국내 육용원종계 수급 문제가 점점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업계에서 수입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녹록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지금 유례없는 대규모 AI와 맞닥뜨리고 있다. 미 농무부는 AI가 가금산업의 본고장인 아이오와주를 비롯해 14개주로 확산됐으며 2,400만수의 가금류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서 첫 AI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미국산 가금 및 가금육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수입 재개는 보통 해당 국가의 최후 발병으로부터 6개월 이후에 가능한데, 최근 미국 AI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면서 수입 재개 또한 요원해지고 있다.

구멍난 닭고기 수입물량은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대체수입이 증가해 오히려 과잉 추세에 있다. 부족한 것은 원종계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원종계는 절반 가까이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나머지는 영국산 및 일부 프랑스산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AI를 치렀던 영국산 또한 미국산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중단돼 있었다가 지난 6일부로 수입이 재개됐다. 원종계 수입에 일부 숨통이 트인 셈이지만 물량은 아직도 태부족이다. 우리나라가 영국 아바이젠사에 요청한 6~7월 원종계 물량은 8만8,000수인 데 반해 아바이젠사가 이 기간 아시아 전체에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은 6만수에 불과하다.

국내 원종계업체의 올해 종계 분양 예정 수는 약 552만수다. 반면 종계업체의 입식 계획은 약 746만수. 수치상으로만 200만수가량의 종계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미국산 원종계 수입 재개가 최소 9월 이후가 될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원종계는 육계산업의 근간인 만큼 그 수급 부족은 중대한 문제를 초래한다. 종계 입식이 어려워지면 환우계군이 증가해 단기적으로 육계 생산과잉 문제가 대두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병아리 품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가뜩이나 생산과잉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AI 공포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육계산업에 총체적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가 주관한 종계수급조절협의회에서는 원종계 수입국 다변화와 미국산 전수검사를 통한 한시적 수입특별조치 등이 대책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수입국 다변화의 경우 새로운 국가에서 원종계를 수입하자면 해당국가 가금 관리체계 평가와 상호간 검역조건 조정에 2년 정도가 필요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호주·뉴질랜드 등 FTA 체결국의 경우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만 국내 시장과 각 업체 실정에 적합한 품종인지 검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미국산 수입특별조치 또한 농식품부가 난색을 표하는 부분이다. 홍기옥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사무관은 “올해 초부터 지역화나 전수검사를 통한 미국산 수입특별조치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질병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여태껏 모든 발병국에 수입중단 조치를 하고 청정화 후 재개해 왔는데 특정 국가에만 예외를 만들어 적용하기도 곤란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종자를 소수 외국 시장에 의존해 온 탓에 변수에 대한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채 업계 전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종계수급조절협의회는 하반기 육계 생산과잉에 대비해 종란폐기사업과 종계쿼터제 등 종계단계 수급조절 방안도 물색키로 합의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