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 심한 경매장 대신 시장도매인과 거래하지요”

‘가락시장 경매가=기준가’ 논리에 동의 안 해
경매가 구애받지 않는 독자적 가격 채택 요구 빗발

  • 입력 2015.04.05 16:42
  • 수정 2015.04.05 16:4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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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북 익산시 용안면 일대는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평야 곳곳에 세워진 하우스에선 요새 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지역농민들 얘기에 따르면 용안면만 딸기하우스가 약 1,000여 동 남짓 들어서 있다고 한다.

용안지역 딸기농가들은 용안신협을 통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이 영등포시장에 있던 무렵인 15년 전부터 거래를 했다고 한다. 김재송 단이작목반 반장은 “예전엔 상회에 돈을 떼이는 일도 많았지만 이젠 그런 일이 없다”며 “오래 거래하다보니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 마음이 소주값은 안 아까워도 생산한 농산물 값이 조금이라도 싸게 나가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경매장에도 내고 시장도매인에도 내고 있지요.”

김 반장에 따르면 경매장과 시장도매인에 출하하는 물량은 비슷하다고 한다. 경매장은 물량이 조금만 몰려도 폭락해 가격을 예측할 수 없으니 선택의 폭을 넓히고 상황에 맞춰 출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경매가 불안한 이유로 불매를 선택할 수 없는 딸기 품목의 특수성을 꼽았다.

“딸기는 시간이 갈수록 물러져 상품성이 떨어지니 빨리 파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경매장에서 제값을 못 받아도 어쩔 수 없이 넘기지요. 반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거래할 때엔 사장에게 가격이 떨어진 이유를 물을 수 있지요.”

용안지역 딸기 하우스 곳곳엔 스티로폼 상자들이 놓여 있다. 예전엔 10㎏ 넘게 담던 포장도 시장변화에 따라 달라졌다. 한 바구니에 2㎏씩 담던 방법을 거쳐 지금은 스티로폼 상자에 1㎏씩 담아 포장한다. 김 반장은 “스티로폼 상자로 보내면 가격을 더 준다고 해서 포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들도 가락시장 경매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에 가격차는 없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설명이다. 같은 지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전종서 돌마루작목반 반장은 “새벽에 가락시장 경매가가 뜨면 이를 기준점으로 잡아 독자적으로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추진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시장도매인 초기엔 청과상 서너곳을 잡아 거래를 트고 경쟁을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가격이 똑같아 지더라구요. 다른 지역과 경쟁을 붙이고 싶어도 산지 수집 기사들이 하루에 도는 코스가 정해져 있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들어선다면 강서시장과 3~40분 거리니까 충분히 차 1대로 돌 수가 있지요.”

전 반장은 “현재는 가락시장 경매가가 기준으로 짜여져 농민들이 움직일 틈이 없다”면서 “당일 물량에 따라 변동하는 경매가만 보고 가격을 내리니 농산물 유통구조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난달 31일 전북 익산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전종서(오른쪽)씨가 출하 차량에 이날 수확한 딸기를 싣고 있다. 전씨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 되면 경쟁이 가능해져 농가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승호 기자

시장도매인제 도입, 출하자 목소리 높아지나

지역농협들도 전체 출하량에 비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출하하는 물량이 작은데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전남 신안군 비금농협 관계자는 “시금치를 6~7년 정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으로 출하한다. 비율은 하루에 평균 10㎏ 3,000여개를 출하하는데 이 중 100개 정도고 출하자도 15~6명 수준이다”면서도 “가격과 관련한 출하자들의 민원이 있으면 가격 조정이 가능해 가락시장에도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민원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농협 사계지점 관계자는 “가락시장 청과법인과는 아예 거래를 안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밴더들이 산지 원물 확보에 활발하게 나서 가락시장 경매가가 기준이라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수료를 보면 가락시장 경매장이 4%,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이 7%로 차이가 나지만 가격이 안정적인 게 농민들에겐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계속 거래해 온 시장도매인들조차 가락동 시세에 의존하려 하면 ‘다른 경매장은 시세가 좋은데 왜 가락동만 생각하냐’고 묻곤 했지요. 그래서인지 지난해부턴 가격을 꾸준히 유지해줘 신뢰가 쌓이고 있습니다. 만약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는 등 변화가 있으면 그쪽으로 물량을 많이 댈겁니다. 가락시장만큼 물량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지금은 그런걸 알면서도 가격안정을 우선으로 보고 지역 경매장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을 이용하는 거지요.”

경매장과 시장도매인, 그리고 시장도매인 간 출하를 조절하며 판로를 다변화하는 전략도 일정 물량 이상이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또, 대다수 농민들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 추진 소식도 모를 정도로 시장 정보에 어두워 시장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출하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하우스 오이를 재배하는 이경상씨는 작목반과 따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거래하고 있다. 이씨가 소속한 이내작목반은 대부분의 생산량을 인천 구월시장에 출하한다. 이씨는 2년 전 한 산지 수집 기사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중 한 곳을 소개해 시세도 알 겸 거래를 텄다고 한다.

“다른 판로를 찾고 싶어도 우리마을에 들어오는 차가 딱 세 대 밖에 없어요. 차가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기사들도 운임을 맞춰야하니 물량이 많은 곳 위주로 돌게 되잖아요. 경매는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해서 구월시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래서 전량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내고 있습니다.”

35년 동안 오이농사를 지은 이씨는 “이제 힘이 부친다”며 3,000평(약 9,917㎡)의 하우스를 1,300평 정도로 줄였다고 전했다. 그는 “농민 혼자서는 판로 개척은 어렵다”며 출하 규모화를 관건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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