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이용’아닌 ‘활용’하는 수준”

[르포] 구매자- 경기도 식자재업체

  • 입력 2015.04.04 13:00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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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죠. 소량을 구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만 활용하는 수준이에요. 아, 그렇네요. 이젠 이용하는 게 아니라 활용할 뿐이네요. 가락시장은 자체 경쟁력을 상실한 것 같아요. 대형마트보다 비싼데 누가 이용하려고 하나요.”

급식 재료를 유통하고 있는 경기도의 A식자재 업체는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가락시장 이용을 줄여가고 있었다. 과거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당시는 가락시장을 통해서만 물건을 유통했지만, 월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현재 가락시장은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양파와 대파 등은 하루에만 100~200kg을 구입하기에 산지 수집상들이 직접 매일 아침 A업체 물류센터로 배달해주고 있다. 가공품은 소량이어도 택배 형태의 배송이 가능한 대기업과 직거래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가락시장을 이용하는 비중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엽채류 유통을 위해 가락시장을 ‘활용’하지만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브로콜리 같은 거죠.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찾는 곳이 있으니 이럴 때나 가락시장을 이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엽채류마저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비싸요. 중개수수료, 위탁수수료 등의 가락시장 내 유통비용이 크니까요. 전혀 도매시장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뭐, 가락시장 내 과일은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고요.”

A업체 대표는 상장경매에만 치중하고 있는 가락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농안법 개정 후 정가수의매매가 병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매 중심으로만 운영되다보니 가락시장 내에서 조차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농안법상 도매시장 법인의 수탁 금지 규정에 따라 특정 품목 성출하기에는 물량 통제가 되지 않다보니 적정 가격 책정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하는 도매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또는 시장도매인제와 같은 제도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업체의 경우 일정한 품질과 가격에 일정 물량을 거래처에 납품해야 하는데, 경매제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가락시장은 가격 진폭과 물량 변화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 계약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매시장이 도매시장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가장 크죠. 그나마 유통업체 규모가 저희만큼 돼야 대기업과도, 수집상들과도 직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한 시장 내에서 두 제도가 병행했을 경우, 하나가 경쟁력이 없다면 도태돼야 하는 건 당연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는 도매시장의 기능적 모순이죠.”

사회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지적하기도 했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대기업들이 식자재유통사업뿐 아니라 농업까지 진출한 상황 속에, 공영도매시장의 역할이 강화되지 않고서는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중소 유통업체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

“가락시장이 다시 도매시장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언제든 다시 가락시장을 이용할 거예요. 가깝고 또 편리하니까요. 아마 대부분의 농산물 유통업체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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