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육성계획, 근본적 고민 있어야

‘농어촌형 승마시설’, 농가 외로운 싸움

  • 입력 2015.03.14 10:37
  • 수정 2015.03.14 10:3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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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FTA시대 새로운 농촌 소득원 창출의 일환으로 말산업 육성에 거듭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어둡다. 정작 말 사육 농민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외면한 채 화려한 청사진과 성과 포장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비육이 일반화되지 않은 말의 특성상 농촌에서 말을 키우려면 승마장 운영이 필연적이다. 농식품부는 농민들의 승마장 허가를 수월케 하기 위해 2011년부터 ‘농어촌형 승마시설’ 제도를 만들었지만 토지전용 문제 등 제도적 장벽으로 아직까지 많은 농민들이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승용마의 가축재해보험 적용 추진도 지지부진해 폐사 시 막대한 피해를 떠안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2년부터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달 말 이와 관련한 2015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말산업 육성에 지난해보다 14억원 증액된 387억원을 투입, 말산업 인프라와 수요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농촌 소득 증대’의 핵심인 농어촌형 승마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피상적 언급에 그쳤다.

▲ 지난 6일 열린 ‘말산업의 육성과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농어촌형 승마시설 문제가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자 최기영 전국말축산인협회장이 청중발언을 통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aT센터에서는 국민농업포럼이 주관한 ‘말산업의 육성과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시행 4년차를 맞은 5개년 종합계획의 성과를 조명하고 말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토의가 이뤄진 가운데 주제발표를 통해 농어촌형 승마시설 건이 일부 언급됐다.

정승헌 건국대 교수는 “말산업육성법은 ‘농어촌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마사회법은 ‘축산발전 이바지와 국민복지 증진’이라는 중요한 법의 목적이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말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배고프고 힘들다. 목적이 실현되지 않는 법은 유명무실하며 그렇다면 법 개정의 필요성이 크다”고 발언했다.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은 “(농어촌형 승마시설 규제 문제는) 농지법상 농업진흥구역에서 할 수 있는 행위에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포함시키는 등 법률에 한 줄만 넣으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그게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토론회의 흐름은 경마산업 선진화와 전자카드 도입 문제, 승마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돼 이는 언급 수준에 머물렀을 뿐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기영 전국말축산인협회장은 청중발언을 통해 “농어촌형 승마시설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말산업 육성 4년의 성과는 내가 볼 땐 아무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FTA 이후 정부에선 말을 기르라 했고 그에 따라 많은 농민들이 말을 키웠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 모인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서운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현재 농어촌형 승마시설에 대해서는 비사단법인인 전국말축산인협회가 홀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농지에 가공시설을 짓는 것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건데 승마장을 짓는 것을 인정한다면 매우 파격적인 일이 될 수 있어 정부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법률 개정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국 수백 명의 말 사육 농민들이 스스로 단체를 조직해 농식품부의 부당한 처사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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