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 농업직불금, 효과 높고 간결하게

소득보전 보다 다원적·공익적 가치에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 입력 2015.02.07 22:32
  • 수정 2015.02.07 22: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직불금 체제를 정면 비판하는 이례적 모습에 정치권과 농민들의 관심이 모아진 ‘대한민국 농업직불금의 새로운 길’ 심포지엄은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좌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끝이 났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행사 마지막에 “지난 3년간 매달 농업대학을 이어왔다. 충남 농업인들은 앞으로 삼농대학에서 날 밤 새며 토론하자. 시원하게 자빠뜨리면 속만 시원할 뿐, 대안을 만들려면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중앙정부의 농업직불금은 중앙언론의 중심 없는 보도와 국민들의 막연한 이해 속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직불금 종류만 자랑할 뿐 속은 텅 빈 제도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 ‘대한민국 농업직불금의 새로운 길’ 심포지엄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큰 관심 속에 치러진 가운데 한 농민이 이날 발표된 농업직불금 개선안에 대한 질의를 토론 패널들에게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도와 16개 시·군이 공동 출연해 지난 1995년 설립한 충남발전연구원은 농업직불금 개편에 대한 1년 여의 다양한 활동 끝에 지난 2일 국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관률 충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농업직불금 제도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1997년 처음 도입된 경영이양직접지불제를 비롯해 2012년 밭농업직접지불제까지 총 8개의 제도 중 경영이양직접지불제, 피해보전직접지불제, 폐업지원금의 3개 직불금은 농업경영을 포기하는 조건이기에 이를 제외한 5개의 직불금을 토대로 문제를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5대 직불금은 주요 한계와 과제가 다소 상이하다”며 “제도의 개념, 목적, 성과지표가 불일치하고 의무조건과 지역적 차별성이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농민들이 5개의 직불금마저 중복수혜가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어, 1ha 기준으로 쌀고정직불금을 받는 90만원에서 쌀고정직불(90만원)+경관직불금(170만원)을 받는 260만원이 최대치가 된다.

이같은 이유로 농업직불금은 농가소득에 실질 기여를 하지 못하며, 우리나라 농가 평균 소득을 2,5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농가당 100만원 내외의 농업직불금을 받는 셈이란 계산이다.

이 연구위원은 “소규모 농경지를 지원하지 않은 기준까지 감안하면, 현재의 농업직불제는 가급적 지원하지 않기 위한 구조”라고 단적으로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농업직불금 문제는 비효과적인 농업농촌 구조와 국민 공감대 부족이라고 인식해 왔으나 비합리적인 농업직불제도 자체가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농업직불금 정상화를 위해 ▲제도개선 ▲다양한 관점의 직불제 논의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교육 ▲농업직불제 의의와 성과를 중심으로 한 정책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강마야 책임연구원은 농업직불금 제도 개선방안을 구체화 해 발표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농업농촌의 다원적이고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상정책이라는 점과 환경과 지역사회 정책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대농과 소농 모두가 정책대상이 돼야 하며, 농업직불금이 더 이상 농가소득보전이라는 좁은 의미로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조건 속에 현행 복잡한 농업직불제를 ▲희망농업직불(농업) : 식량자급률 제고, 후계인력 육성 ▲생태경관직불(환경) : 농업생태·농촌경관 보전 및 유지 ▲행복농촌직불(농촌) : 농촌삶의 질 향상 국토·지역 발전 등의 3축으로 나누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소요되는 재원은 4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강 책임연구원은 “현재 직불금 예산 1조3,400억원에 최대 3조7,60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농특세 등을 강화해 기존 농정예산을 확대(3,000억원)하고 타당성 낮은 부문의 축소(1조3,000억원), 타부처 관련 예산과 지방매칭예산 통합(1조3,000억원)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구체화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직불금 수령액이 200만원이라고 치면 한 달에 20만원인데, 이 돈으로 떠났던 사람이 돌아올까” 반문하며 “농업을 비롯한 자연환경은 공유자원이다. 생태가치를 보전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농업농촌의 가치가 당연히 늘어나야 하는데, 너무 줄었다. 농업직불제 문제도 소득의 보조라고 농업계 스스로 축소하지 말고, 정당한 사회적 비용으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도 농가소득에 지역과 환경관점이 포함된다. 강마야 박사 의견대로 예산은 짜내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농업정책의 관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라며 아울러 “직불제는 정책수단인데, 마치 공짜로 돈 주는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 농민의 기본소득이 지켜진다는 기본 조건에 환경과 문화가치를 추가해, 현행 땜질식 보조금이 개선돼야 한다”고 중앙정부의 제도개선 의지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