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원유, 공급과잉 심각

집유주체별 대책 추진… 수급 불안정에 불안한 농민들

  • 입력 2014.04.27 10:1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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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과잉이 심상치 않다. 생산량 증가와 수요량 감소가 맞물려 심각한 공급과잉이 닥치면서 유업체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업체들이 각자 대책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하지만 농가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낙농진흥회(회장 이근성) 제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적기준 전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6,073톤으로 전년대비 6% 증가했다. 겨울 기온이 최근 3년 대비 2.3℃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좋아졌으며, 지난해 8월 원유가격이 인상 결정되자 농가의 생산의욕이 높아지고 일부 한우 농가들이 낙농으로 전환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일일 원유사용량은 4,932톤으로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유제품가격 인상과 대형마트 휴무제, 수입물량 증가 등이 원인이다. 예기치 못한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2008년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 원유가 심각한 공급과잉 사태를 맞았다. 유업체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낙농가들도 불안한 상황에 처했다.

최근 낙농수급조절협의회(협의회장 박종수) 수급조절 분과위원회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국단위의 대책 마련이 논의됐으나 결국 집유주체별 자율 대책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생산량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다가오는 하절기 공급 부족이 염려되기 때문.

이에 진흥회는 지난 16일부터 올해 말까지 기준원유량(쿼터) 초과분의 농가수취가격을 리터당 561원에서 1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은 일반 업체들도 100~400원의 초과원유가격 인하나 원유가격 연간총량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장 송용헌)측도 “계속해서 사업계획을 초과해 원유가 들어오고 있지만 서울우유는 생산자 조직이다 보니 적극적인 조치가 힘들어 조합원들에게 생산량 감축 협조 공문만 발송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수급상황이 불안정하고 업체들이 흔들리면서 그 불안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전해진다. 충남 아산에서 젖소 50여두를 키우는 고성호(50)씨는 최근 계약업체로부터 5월부터 초과원유가격을 300원으로 하향 적용하고 7월부터는 원유가격 연간총량제까지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고씨는 “리터당 생산비가 500원 정도인데 300원으로 낮추면 초과생산이 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가 된다. 게다가 기껏 마련해 놓은 연간총량제마저 흔든다 하니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농민들은 안정적 생산 기반이 중요하다. 소비가 안되는 부분까지 농가에 부담지우려 하면 생산하는 농민들은 힘들다”고 말했다.

70여두 젖소를 키우는 경기 안성의 이세찬(56)씨는 현재의 공급과잉 상황에 대해 “유제품 소비가 회복되기 위해 우선 내수경기가 살아나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가공분유를 각 업체가 국내산으로 사용토록 독려하는 방식으로 대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봄철은 송아지 출산이 활발해 원유생산량이 특히 증가하는 시기다. 원유 공급과잉은 자칫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각 업체들이 마련한 자구책이 농가의 큰 손실 없이 수급안정을 이루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다행이겠지만, 대다수 낙농가들은 한동안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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