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직불금 부당 수령방지 위해 제도 정비해야

2013년 적발건수 17건? … 갖가지 편법 횡행

  • 입력 2014.02.07 13:50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김포의 한 농민은 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문제를 고발했다. 직불금제도가 생긴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이후 그는 임차한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지주가 땅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해 가을 콤바인으로 벼를 베는데 논 가운데 철근 토막이 여기저기에 박혀 있어서 기계가 손상됐고, 금전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봤다고 한다. 신고를 당한 지주의 보복으로 추정되지만 증거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후 그는 동네에서 완전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농지를 임대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직불금 부정 수령이라는 불법행위를 고발한 의로운 농민은 평생 지역사회에서 ‘이웃을 고발한 사람’이란 낙인의 굴레를 벗을 수 없게 됐다. 이러니 어느 간 큰 농민이 직불금 부정 수령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까?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2012년 직불금 부당 수령자로 적발된 사례는 단 17건이다. 이 소식을 접한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본지가 전국 임차농민들을 면담조사 한 바에 의하면 60여명의 임차농 중 10여명의 임차 농민들이 직불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사에서 서너 명의 기자가 일주일간 알아본 결과가 농식품부가 밝힌 1년간 적발 건수보다 많다. 정부의 조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농촌현장에서 직불금 부당 수령문제는 일상이 됐다. 단지 이해 당사자인 임차농들이 경작권을 뺏길 우려 때문에 쉬쉬할 뿐이다. 그래서 임차농들은 직불금의 인상도 달갑지 않고 직불금 부당 수령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사실 꺼려했다.

만연된 직불금 부당 수령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농지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현재 농지법상에 농지 임대차에 관한 조항이 있으나 농지임대차의 형식에 관한 규정만 있어 임차농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개방 이후 정부의 농업 구조조정으로 영농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지 임차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농지의 임차 수요는 늘어나는데 농지 공급은 한정되어 임대료의 상승과 임대인의 횡포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임차농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딱히 없다. 농지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해 지주의 임대사업자등록 의무화, 임대계약서 작성 의무화, 임대차 기간·임차료 상한선 등을 법으로 정해 대등한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법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농지 임대차를 양성화시켜야 한다.

둘째, 현재의 면적 중심의 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 면적 대비로 지급하는 직불금은 소수 대농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절대다수의 소농이 상대적으로 피해보는 제도이다. 고정직불금을 축소하고 그 재원으로 농가단위직불금을 신설해 다수 소농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현재 3,700만원으로 되어 있는 농외소득 한도를 대폭 낮추고, 관외경작자의 관리를 엄격히 하여 직장인과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 수령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넷째, 국세청과 업무 협조를 통해 부당수령자가 조세특례법상 양도소득세를 면제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조세 면탈 방지 목적으로 관련 기관에 직불금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직불금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섯째, 일정기간 자경한 은퇴 농민이 농지은행을 통해 경영이양할 경우 일정기간(5년 내외)에 매각을 조건으로 양도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평생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에게 고령으로 농사를 계속 할 수 없을 경우 농지소유가 투기의 목적이라 볼 수 없고, 농지 처분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의미가 있다.

끝으로 직불금 부당 수령이 적발될 경우 환수 뿐 아니라 실경작자에게 사후에 직불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직불금 부당 수령이 적발되지 않는 이유는 지주와 경작인간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직불금 부당수령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임차농의 적극적인 고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8년 김포의 농민 사례에서 보듯 신고한 임차농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후 임차인의 고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이다. 임차농이 사후에라도 고발할 경우 그간 받지 못한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임차농의 고발이 활성화 될 수 있고, 지주 또한 부담이 커 직불금 부당 수령 의지가 대폭 꺾이게 될 것이다.

<심증식 편집국장>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