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소득이 안되니 면적 늘리거나 타작목 심거나”

이천 호법 쌀전업농, 논 2만평에 감자·콩 이모작 계획

  • 입력 2014.02.07 13:3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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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3천평 농사지어도 7~8명이 먹고 사는데 지금은 3만평을 지어도 빚내서 산다.” 쌀 저가 정책의 단적인 폐해다. 쌀값은 20년 전과 같은데 농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상대적으로 폭등했다. 농사규모를 늘려보지만 몇 배 더 늘어나는 생산비에 소득은 뒷걸음질 치기 마련이다.

쌀은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농업총생산액 41조원 중 ‘미곡’은 8조원으로 19.4%를 차지하고, 2012년엔 농업총생산액 44조원 중 8조1천억원으로 18.3%를 점유하고 있다. 중소농이 전체 농가 규모의 80%를 차지하고 대다수가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쌀값이 좋으면 소득지수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이천시 호법면 최진호 씨는 과거에 벼농사만 지었으나 엽채류 시설하우스 농사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쌀값이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 ‘임금님표 이천쌀’로 유명한 이천 농민들도, ‘철원 오대쌀’로 유명한 철원 농민들도 쌀 대신 소득이 되는 작목으로 갈아타기를 소망한다.

이천 호법면 쌀전업농 회원들은 올해부터 배수가 좋은 논 2만평에 감자와 콩 이모작을 심을 계획이다. 감자는 괴산 불정농협과 계약재배 한다.

염대선 호법면 쌀전업농 회장은 “농촌노인들이 경로당에서 100원짜리 고스톱 칠 돈도 없는 게 요즘 농촌의 현실이다. 수도작 농민들도 소득이 있어야 살 게 아닌가.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논의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타작목을 심지 못하는 논에는 농협 수매품종인 ‘추청’ 대신 타품종을 재배할 계획이다. 추청보다 생산량이 많고 도복이 적어 소득과 재배수월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모작을 하게 되면 임차료 상승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지만, 당장 올해 농사에 대한 수익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쌀농가 소득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추곡수매제 폐지 이후(2005년 이후) 쌀소득이 급감”하는데 “쌀값 하락과 경영비 상승”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쌀 생산 경영비 중 2005년 대비 2011년에 ▲비료·농약비 30% ▲위탁영농비 24.6% ▲토지임차료 6.7%가 각각 증가했다.

또 설문조사 결과 농민들은 상당수 임차논을 사용하고 있는데 ‘경영규모 확대를 통한 소득제고’가 농지임차의 가장 큰 이유이며, 애로점으로 ‘높은 임차료’ ‘빌릴 수 있는 농지부족’ 등을 꼽았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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