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폐업지원금, 임대농들 ‘뒤통수’

축사소유주 폐업동의서 제출 필요…사실상 지원 제외

  • 입력 2014.01.19 20:5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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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를 임대해 소를 키우는 농민들의 한우 폐업지원금 수령이 힘들어졌다. 개정된 폐업지원금 시행지침에 따라 임대농들의 폐업지원금 신청 절차가 강화됐기 때문. 농식품부측은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원금 수령의 길이 막힌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폐업동의서’의 등장

지난해 12월 13일 축산분야 폐업지원제 사업시행지침이 개정되면서 동월 23일부터 지난 17일까지 2차 한우 폐업지원금 신청 접수가 실시됐다. 1차 신청을 FTA 피해보전직불금 수령 적격자이면서 소를 사육하고 있는 농가만이 할 수 있었던 데 반해 2차 신청은 FTA 직불금 수령 부적격자이거나 기존에 이미 폐업을 한 농가만이 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상을 전혀 달리 했다. 2차 신청을 통해 1차 신청때 포용하지 못했던 농민들을 포용하려 한 취지다.

그런데 개정된 시행지침을 통해 한편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났다. 임대농이 폐업지원을 하려 하는 경우 축사 소유주의 폐업동의서를 제출하도록 절차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폐업동의서에는 ‘한우 폐업지원금 수령인이 사육하던 상기 폐업 예정 축사는 향후 5년간 한·육우 사육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이라는 이행사항이 명기돼 있다.

임대농의 폐업지원금 수령을 위해 축사 소유주가 본인은 물론 다른 임대인의 축사 이용을 아무런 보상 없이 5년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동의서를 받기가 힘들어 임대농의 폐업지원금 신청은 제한된 것과 다름없다.

▲ 농식품부의 시행지침 개정으로 인해 임대농들의 한우폐업지원금 수령이 사실상 제한됐다. 사진은 폐업 후 방치된 전북 남원의 한 한우 축사.

한우협회에만 십수 건의 문의전화가 들어왔고 농식품부에도 항의전화가 이어졌지만, 농식품부는 제도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폐업지원은 한우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폐업을 한 축사에서 다른 사람이 소를 키운다면 실효성이 없어지게 된다. 시행지침의 이행 과정에서 각 지자체로부터 이런 문제제기가 들어왔고, 제도를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차 신청자들도 ‘뒤통수 맞은 격’

2차 신청이 제한된 임대농들보다 더 억울한 것은 이미 1차 신청을 해 놓았던 임대농들이다. 1차 신청 절차가 모두 마감된 후인 12월 중순에 개정된 시행지침이 2차 신청뿐 아니라 1차 신청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된 것.

개정된 시행지침이 지자체에 전달된 이후 1차 신청 임대농민들에게 축사 소유주의 폐업동의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폐업지원금 지급대상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전달됐다. 폐업지원금 신청을 마친 후 그 수령을 기다리던 임대농들로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

1차 신청을 했던 경기 안산의 임대농 김수경(67)씨는 “안내문을 보고 화부터 치밀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폐업지원금 수령을 못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우 키우는 농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약자인 임대 농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며 분개했다.

그는 “정부는 구조조정을 내세워 이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폐업지원사업은 애초에 FTA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려는 취지로 알고 있다. 궁지에 몰린 농민들의 폐업을 보상해 주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지 구조조정 측면을 우선시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측은 이번 시행지침 개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임대농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우산업에서 임대농의 비율 자체가 크지 않을 뿐더러 그 중에도 5~10년 단위의 장기임대가 많아 이 경우 폐업동의서를 받아 페업지원금을 수령한 후 축사 소유주에게 임대료만 계속 지급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에서는 정작 아직까지 폐업지원금 신청자 중 임대농의 대략적인 비율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며, 한순간에 폐업지원금 수령이 어려워진 임대농 개개인으로서는 큰 좌절을 겪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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