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폐업지원금, 받을 수 있을까?

‘우왕좌왕’ 지침 수정에 신청농가 ‘노심초사’

  • 입력 2013.10.19 13: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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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로 FTA 피해보전직불금 및 폐업지원금 신청 접수가 완전히 종료됐다.

화제가 되고 있는 한우 폐업지원금은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정책과 예산 결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침서는 배포되고 있지만 확정 없이 수정을 거듭하고 있고, 확실한 지침이 나오지 않자 폐업지원금 신청 농가들은 지원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 폐업지원제 사업시행지침 배포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11일 ‘2013 폐업지원제(축산 분야) 사업시행지침서’를 수정 배포했다. 폐업지원금 지원 절차와 자격요건 등을 자세하게 정리한 지침서다.

지침서에 의하면 현재 책정된 한우 폐업지원금은 큰소 송아지 구분없이 수소 81만1,000원, 암소 89만9,000원이며 지원 한도액 없이 사육두수대로 전액 지급된다.

사육두수는 신청일자의 ‘소 및 쇠고기 이력관리시스템’ 등재사항을 기반으로 현지 확인을 통해 책정한다. 폐업지원 대상품목 고시일인 5월 31일자의 사육두수 한도 내에서 인정하되, 신청기한인 9월 21일까지 출생으로 인해 증가된 개체는 한도를 초과해도 인정한다.

접수된 신청서에 대한 전산입력과 현지·서면조사가 18일 완료됐다. 조사 내용을 토대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신청인에게 확인서를 지급하면 이의신청과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과 보고가 이어진다. 다음달 8일까지 시·도지사, 15일까지 농식품부 장관에게 보고가 되고, 올해 12월부터 지원금 지급이 시작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신청인들이 문제 없이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결격 사유로는 중복보상이나 사업 등록, 토지 소유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며, 지난해 농외소득이 4,181만8,000원 이상인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설의 철거·폐기는 폐업지원금을 신청하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한우의 경우 출하시기 도래를 고려해 대상 선정 이전의 폐업·철거도 용인된다. 현재로서는 축사를 철거하거나 임대를 놓더라도 폐업지원금 수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조변석개 시행지침·폭증한 소요예산…불안한 신청농가

문제는 농식품부의 이 시행지침서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폐업지원제 시행지침서는 7월 17일에 처음 마련돼 지금까지 5번의 수정을 거쳤고, 아직까지 추가 수정이 논의되고 있다.

수정한 내용을 곧바로 원상복귀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농식품부는 지난 4일 수정 배포한 시행지침서에서 폐업지원금 신청 후 소 처분시 14일부터 도축장과 가축시장을 통한 출하만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농가의 항의가 이어지고 전국한우협회(회장 이강우)가 현장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지적한 보완 요청 공문을 보내오자 11일 배포한 시행지침서에서 해당 내용을 원상복귀했다.

불안한 것은 지침뿐이 아니다. 폭주한 신청자 수에 따라 추가해야 할 예산도 문제다. 14일 농식품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우 폐업지원금 신청 농가는 전체의 11.2%에 달하는 1만5,300농가다. 두수로는 전체의 9.4%인 25만두로, 지급해야 할 폐업지원금은 2,183억원에 달한다.

당초 300억원으로 책정됐던 폐업지원금 예상액이 7배 이상 치솟은 것.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신청농가와 총 지원금액 규모는 소폭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일단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폐업지원금은 일반 예산이 아닌 FTA 기금에서 조달되므로 얼마든지 탄력적인 추가 편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6,000억원 수준의 FTA 기금에서 3분의 1 가량의 금액을 하나의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면 향후 기금 운영의 난항이 걱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산업 기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농가별 지원 우선순위를 정해 연차적으로 지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지급을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지는 결정한 바가 없으며, 신청 농가들이 이미 소를 처분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산업 기반 붕괴 방지’라는 명목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가축개량업무를 맡고 있는 윤중식(51)씨는 “폐업지원금 신청 농가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이 많다. 자꾸만 (정부의)말이 바뀌니 불안해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하루빨리 정확한 지급 기준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처음 준비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여러 경우의 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농가와 국회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농식품부측의 말이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미숙한 정책 추진에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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