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D-9 현장의 목소리

  • 입력 2012.04.02 09:43
  • 기자명 원재정·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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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지키려면 한미FTA 폐기에 앞장서는 사람 뽑아야”
김윤천 (제주시 남원읍·46세)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올해로 귀농 8년차를 맞는다. 감귤농사만 4천5백 평(1.5ha) 짓고 있는데, 지난 3월 15일 발효된 한미FTA로 오렌지 수입이 늘어 감귤 농가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원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공약들을 보니, 어느 누구도 이 지역 주산업의 피해대책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 강정마을 같은 ‘이슈’에만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민생문제는 너무 소홀하다. 최소한 제주 국회의원 후보들은 도내 주소득작목인 감귤 농사 보호차원에서라도 한미FTA 폐기를 강력히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정부가 FTA와 같은 개방농정 시대 대책으로 ‘경쟁력’을 말하고 있는데, 돈 있는 농가들을 위한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설현대화를 위해 50% 지원하는데, 1천평 시설을 짓는데 1억4천만원이 든다. 7천여만원이 고스란히 빚이라는 말이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감귤의 경우 1천평에 조수익이 4천만원이다. 그 돈으로 생활비, 자재비 쓰고 게다가 7천만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말인데…불가능하다. 이자도 못내는 형편이다. 따라서 정책방향을 실용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예를들어 시설투자에 지원하지 말고, 차라리 햇빛반사를 하는 다공질필름, 이른바 ‘타이백’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래야 소농들도 정책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자체 사업 중 시설 가온시스템 지원사업이 있는데, 한 곳에 12억원을 지원했다는 소릴 들었다. 그 금액을 타이백 지원 사업에 쓴다면 우리 지역 2개 마을에 무상지원도 가능한 액수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한미FTA 폐기, 농민 살피는 그런 사람을 뽑는 건 당연하다. <원재정 기자>

“FTA 시대 친환경 농사는 기회라고 홍보하는 기관들, 위험하다”
강공희(제주시 애월읍·60세)
올해로 1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친환경 시설채소, 밭농사를 하고 감귤 농사도 조금 한다. 주력하는 농사는 친환경 시설채소로, 2천4백여평 규모다. 이곳에 얼갈이배추, 시금치, 오이를 주로 심고, 상추, 쌈채류, 고추 등 다양하게 심는데 학교급식용으로 출하하고 있다. 친환경채소류는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되기도 하고 교육도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생산된 농산물은 유통이 되고 팔려서 소득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대다수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고생한만큼의 생산비가 보장이 안 된다. 상추 1박스에 2천원인데 박스값을 빼면 뭐가 남겠는가? 간혹 FTA 시대에 “친환경 농사는 기회”라고 기관에서 말하기도 하고, 농민들도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국내 열악한 친환경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FTA 시대를 맞아 농업이 더더욱 위축되는 상황에 기회가 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아니라 위험한 발언이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제주 상황은 여느 때보다 무관심하다고 할까. 새로운 사람을 뽑겠다는 분위기도 없다. 이유를 들어보면, “제주도민 위해 일 하겠다” “농민 위해 활동 하겠다” 목청을 높이던 정치인들이 막상 당선 뒤 활동을 보면 표를 준 보람이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뽑아서 살기 좋아졌다고 느껴 본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또 공약들도 막연하기 짝이 없다. 제주도가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책이 안 나온다.

특히 제주도가 지난 해부터 수출농업에 중점을 두고 감귤, 양배추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수익은 얼만지, 수출량은 얼만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농민들 말 들어보면 수출하기까지 까다롭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 것처럼 자랑하기도 한다는데…지방정부에서 하는 농정분야에 대해 명확히 공개하고 소외된 농민의 길을 터주는 정치인이 당선되길 바란다. <원재정 기자>

경자유전은 먼나라 이야기
농기계, 비료값 비싸 현실적인 정책 필요하다
최대원(전북 익산 삼기면·47세)
농사를 어렸을 때부터 30년 동안 짓고 있다. 현재는 벼농사만 3만6천 평을 경작하고 있다. 이도 사실 살아남기 위해 농사규모를 늘리고 늘리다 이만한 규모가 됐다. 살아남으려면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해야 한다. 그러니 쌀 직불금의 경우 땅 주인인 도시 사람이 주길 바라고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이 직불금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우리 농민들도 부재지주도 서로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고충을 좀 해결해 줬으면 한다.

농기계값, 기름값, 비료값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는데 반해, 쌀값은 올해 괜찮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농기계의 경우 필요한 시기가 겹쳐 서로 쓰려고 하다가 홧김에 그냥 사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면 비오는 날은 물론 땅이 마르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농기계 값이 비싸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부채가 된다. 농기계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정부와 농협이 기계값을 부담하고 충분히 갖춰 농민들이 싼 값으로 제 시기에 제 때 빌려 농사에 차질이 없게 해줬으면 한다.

비료값은 얼마 전 비료회사들이 담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방법으로 농협과 비료회사들이 한패가 되어 농민들 고혈을 짜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현재 농민들이 소송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당하게 취한 이득을 원래 주인인 농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치권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농산물만 수입하지 말고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도 능력 있고 농업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이들을 수입했으면 한다. 그만큼 이제 일말의 기대도 하기 힘든 상태다. <어청식 기자>

농협법 전면 재개정 해야한다
지역농협 투명성과 전문성 갖춰야
김영재(전북 익산 삼기면, 前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47세)
지금 농협법은 너무 잘못됐다.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 지주회사 방식으로 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보험 약관 문제 등 농민 이익보다 수익을 위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이는 농민이 바라던 신경분리가 아닌 농협 임직원을 위한 신경분리다. 농협은 협동조합 원리와 가치를 되새기고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년 12월 협동조합법이 통과됐다. 벌써부터 현장에선 농민들이 이 협동조합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이 활성화 된다면 농협의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농민들에게 외면당할 공산이 크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진정한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오히려 농민들이 보여주고 만들어 갈 것 같다. 협동조합은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지역농협은 투명성과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져 늘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의심을 받는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농협 임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 경제 사업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또 공개한 정보를 농민들이 제대로 해석할 수 있게 교육도 구색 맞추기가 아닌 실질적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농민들은 공부에 대한 열의는 많지만, 늘 한낱 절차에 불과한 교육의 고루함 때문에 교육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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