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고 손만 드는 대의원 하지 맙시다”

[인터뷰] 김정환 가남농협 대의원협의회 회장

  • 입력 2012.01.09 14:1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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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협의회 결성 계기를 설명해 달라

 협동조합에는 이사회, 대의원회 등 의결기구가 있다. 조직이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농민조

합원들이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들이 이사를 뽑는다. 이사가 되면 농협의 임원이 되는데, 임원이 되다 보면 농민편보다는 농협 고위간부들과 뜻을 맞추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우리가 뽑은 이사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나 대의원들이 감시 해야 하는데 농협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결정 당시 손만 들고 봉투만 받아오는 데 목적을 두는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했다. 대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자는 게 첫 번째 계기다.

-협의회 창립까지 진행과정이 궁금하다.

 농협은 우리 부모들이 농민을 위해 결성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뭐랄까…도시화된 농협으로 바뀌고 신용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얼마 전 MBC 피디수첩에서도 방영됐다시피 농협중앙회에서 내려주는 돈들이 농민을 위해 쓰이지 않고 대출로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의원총회를 참석해 봐도 농협 측에 질문하면 바보를 만들고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그런 형태가 자행되고 있다. 최근 여주지역 뿐 아니라 전국 상황이라고 보는데, 지역농협들이 분식회계를 통해 상여금도 가져가고 보통 문제가 아니다. 농협 자체 감사가 있지만, 감사가 지적을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권력을 행사하는 게 현재 농협이다.

 그래서 대의원들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지고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나왔다. 뜻이 있는 대의원들과 4,5 차례 만나서 의견을 조율했고,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결의가 대의원협의회 창립이라는 결실을 낳게 됐다.

 -단초가 될 만한 사건이라도 있었나?

 통합RPC 문제이다. 각 지역농협별로 쌀을 판매할 때는 감모율을 0.5%로 잡아도 여주농협은 4천만원, 가남농협은 3,500만원 분량의 벼가 남았었다. 그런데 통합RPC 체제로 가면서 감모율을 더 높여 1%로 정했는데, 그럼에도 288톤이 부족한 일이 벌어졌다. 이것저것 손실요인을 넉넉히 쳐 줘도 부실상황은 심각했다. 감사직전까지 기표도 안할 정도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문제점이 발견돼 비상대책위를 꾸렸는데, 통합RPC 측에서 왜 비대위가 문제제기를 하느냐며 남이 우리 재산 얘기를 하는 꼴이라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단 지역농협의 대의원 얘기라면 듣겠다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대의원들이 정신 바짝 차리자며 각 지역 대의원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의원협의회는 어떻게 운영되나? 첫 사업계획도 알려 달라.

 대의원협의회는 회장과 부회장 3명을 두었다. 10명 내외의 자문위원도 있는데, 대의원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농협문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들을 선정했다. 가남면 내에 4개의 학군이 있는데 학군별로 3명씩 지역위원도 도입했다. 촘촘히 의견을 주고받는 구조다. 그리고 첫 사업으로 통합RPC 전수조사를 위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창고 봉인조치부터하고 난 다음 전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합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대의원협의회가 너무 힘이 세지면 이사 역할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농협이 좌지우지 되는 것 아니냐” 이사들, 직원들이 싫어하는 기운이 있다. 조합원들 중에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통합RPC 전수조사에 대해 조합측이 노인정을 돌며 “전수조사 하면 돈이 들어가는데 다 조합원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닌다. 그럼 어르신 중에는 그런 걸 뭘 하느냐고 나무라기도 한다.

 솔직히 통합RPC가 운영을 잘 못해서 창고 전수조사를 하는데, 그 비용을 각 지역농협이 분담한다고 결정한 게 조합장(통합RPC 이사)들이다. 바보짓아닌가.

 -초대 회장이 된 소감,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7년 전에도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축협, 서울우유협동조합 같은 곳은 대의원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농협만 유독 대의원 역할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이번에 대의원협의회 구성할 때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취지를 다 설명했다. 대의원회가 가장 큰 의결기구라는 걸 대의원들이 자각했으면 좋겠다. 1회 참석할 때마다 15만원 돈봉투를 받는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결산총회가 끝나면 3~4지역이 더 동참할 것으로 예상돼 기대도 크고, 어깨도 무겁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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