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농지가 불모지로 변하고 있다”

[쌀감산정책 현장1]- 당진 간척지
석문간척농지 1,098ha 중 수도작 면적 32ha

  • 입력 2011.07.04 10:43
  • 기자명 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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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료작물 재배를 조건으로 임대된 석문간척농지에 트랙터가 빠져있다. 농민들은 "간척농지는 물빠짐이 안좋고 염해도 있어 사료작물 재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충남 당진군 석문간척지에서 때늦은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올해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에서 임대하는 석문간척지 논에 사료작물과 타작물을 재배하겠다는 조건으로 임대 받았지만, 이미 옥수수를 심었던 농민들이 발아가 안 돼 갈아엎는 것을 뻔히 보면서 심을 수 없었다며 텅 빈 농지를 바라봤다.

논갈이를 하러 논에 들어갔던 트랙터 2대가 빠져서 꼼짝을 못하다가 포크레인이 온 후에야 농로로 빠져나왔다. 한 농민은 “여기에 옥수수 같은 사료작물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 정부정책인데, 물이 저렇게 고여 있어서 발아 자체가 되겠냐”며 어이없어 했다.

석문간척지는 국토확장과 우량농지 조성 등 농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조성된 후, 일시경작농지로 농민들에게 임대돼 왔다. 당진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석문간척농지는 2006년부터 농민들에게 ‘일시임대(1년)영농’을 조건으로 임대해 왔으며 간척농지에서 주로 수도작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올해는 작년처럼 석문간척농지에서 벼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올해 석문 간척농지 관리책임이 당진군청 건설과에서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로 넘어가면서 간척농지 임대계약 조건이 변경, 수도작으로 신청하면 농지임대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임대조건은 기존 ‘일시임대영농’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할 시에는 임대기간 5년에 임대료와 보조금이 없고, 타작물 재배시는 5년 계약에 임대료는 있지만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그러나 수도작을 할 경우는 계약기간 1년에 임대료도 내야 하고 보조금도 없는 조건으로 바뀌었다.

수도작보다 사료작물이나 타작물이 임대순위가 높고 계약조건이 좋아 축산인들이 신청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벼농사를 잘 지어온 농민들은 타작물 농사가 안될 것을 알면서도 사료작물과 타작물로 임대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 간척농지 임대과정에 대해 한 농민은 타작물 재배가 어려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농민에게는 농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임대받고 보자’라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단 “임대를 받겠다는 생각이 큰 사람들도 있었고, 현재 농지 임대를 받아놓고도 물이 차있고 빠지지도 않는 곳에 막상 뭘 심어야할지 모르는 농민들도 있어 이래저래 농심만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본격적인 농사철을 코앞에 두고서야 변경된 임대조건을 알게 된 농민들은 영농법인 대상으로만 임대 한다는 계약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급하게 영농법인을 만드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고 한다.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관계자는 올해 석문 간척농지 임대과정은 3월 30일에 공고돼서 4월 12일 신청마감이 됐고, 4월 30일 최종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석문간척농지 재배현황은 사료작물 350.9ha(28개 법인), 사료용 총체벼 324.4ha(29개 법인), 타작물 391.3ha(37개 법인), 수도작 31.8ha(8개 법인)라고 밝혔다.

총체벼를 심은 한 축산인은 “지금 총체벼나 올라왔지 다른 것은 나오지도 않았다”며 사실상 석문간척지에서 사료작물과 타작물 재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사료작물로 재배되는 수단그라스, 옥수수의 경우 송산간척지는 육지흙을 매립했기 때문에 그나마 재배가 가능한데 석문은 실패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벼는 못 심고 타작물은 재배가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농민들이 생업에 지장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걸 듣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1일, 석문·송산 간척농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사료용 옥수수 생산 시연회가 있었다. 간척지에 벼 대신 옥수수 등 사료작물을 재배해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식품부 시범사업으로, 옥수수 시범재배 면적은 150ha이고 전체 401.3ha 면적에서 조사료 시범재배가 이뤄졌다.
한 농민은 “당시 시연회에서 수확된 옥수수는 발아가 안돼서 여러차례 기계와 인력을 들여  재파종을 여러번 한 것”이라 면서, “시연농지는 물빠짐이 좋고 습해도 없는 땅이지만 석문간척 농지 대부분은 염해와 습해가 있고 물 빠짐이 불량해서 타작물 재배가 안 되는 농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석문간척농지에서 쌀감산과 조사료 자급률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과 대호만 정부직영간척지에서 올해도 벼농사를 하고 있는 상황은 모순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논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려면, 육답보다도 쌀 생산량이 많을 정도로 우량농지인 석문간척농지보다 한계답, 천수답, 다랭이논 등의 한계농지에서부터 보조금을 주면서 조사료 재배를 권장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작년에 흉년이어서 09년도 쌀을 푼다는 말이 나도는 판인데, 관개시설이 잘 돼 있는 우량농지에서 사실상 벼농사를 못 짓게 하면서 사료작물과 타작물재배를 유도하는 것이 대한민국 농업정책의 현주소가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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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료작물, 정부 직영농지는 벼농사

충남 당진군 석문면 대호간척지에는 570ha면적의 정부직영 ‘대호환경농업시범단지’가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1998년 시범재배가 시작된 이후 매년 평균 3,200 톤의 쌀을 수확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2,900 여 톤을 수확했다. 올해는 일반농법 490여ha, 친환경농법 12.7ha, 저농약농법 43.4ha, 총채벼(사료작물) 20ha 등의 면적에서 벼가 재배되고 있다.이곳에서 작년에 수확된 쌀은 농협, 쌀전업농중앙회 등으로 유통됐다. 〈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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