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가능성 적고 위험성 높은 사업에 올인한 정부

정부의 ‘한가한’ 식량위기 대응정책(1)
해외식량기지·국가곡물조달시스템

  • 입력 2011.03.07 16:34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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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을 잘못 짚어내고,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 식량정책을 내 놓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모든 농정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네팔은 헌법에 식량주권을 명시하는가 하면,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자국 내의 식량생산기반 확대를 통해 식량자급률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15억 인구의 중국은 식량자급률이 95%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5% 남짓. 1970년 80%를 상회하던 식량자급률이 30년 만에 반에 반토막 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7, 2008년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한가하기 그지없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해외식량기지·국가곡물조달시스템

농어촌공사·유통공사 중심으로 진행중
사상누각 될 우려 높다는 지적 높아

2007년 2008년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라 국내 소비자 물가가 출렁거리자 정부는 부랴부랴 곡물수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타작물 재배사업, 곡물 부족분에 대한 안정적 조달, 곡물비축 등을 제시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해외식량기지 건설, 국가곡물조달시스템과 같은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이 두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으며 해외식량기지 건설은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식량기지 건설과 관련 한국농어촌공사는 해외에 직접 농지를 확보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2009년부터 해외로 진출하는 민간 기업에게 기술지원과 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농어촌공사 해외전략팀 관계자는 “공사 자체적으로 해외에 개발 가능성이 있는 농지를 조사하고 후보지가 나오면 현지에 가서 필요한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가시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추진중인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은 3월중에 국제곡물회사 출범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지난해 12월 23일 국내 기업인 삼성물산ㆍCJ제일제당ㆍSTXㆍ한진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 국제곡물시장에서 직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영제 aT 사장은 이와 관련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통해 국제곡물상을 통하지 않고 국제곡물을 직수입할 방침”이라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가 식량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하영제 사장은 “컨소시엄에는 해외 판매망이 탄탄한 종합상사, 내륙ㆍ해상 운송을 전담해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해운업체, 안정적인 해외곡물 확보가 필요한 실수요업체 등이 유기적으로 참여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T는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통해 2011년에는 콩과 옥수수를 각각 5만톤씩 국제곡물상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매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국내 연간 곡물수입량(1천400만톤)의 30%에 해당하는 400만톤(콩 50만톤, 옥수수 250만톤, 밀 100만톤)을 직수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실효성과 현실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농수산물유통공사 국정감사에서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국제곡물회사를 유통공사가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다.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 우리 농산물 보호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외국의 메이저 기업과 경쟁하는데 유통공사가 나서는 것은 유통공사 설립 목적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해 국회 농식품위 의원들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투자유치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데 따른 것으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많은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국 곡물에 대한 수출금지조치가 내려지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책이 될 것이며, 특히 한국 내에서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이 전제되지 않는 이 같은 계획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안정적 생산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식량위기’는 이상기후, 바이오연료 확대, 농지감소, 투기자본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식량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것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배민식 입법조사관은 “우선 곡물 확보는 최대한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부차적으로 안정적인 수입 확보와 비축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이것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는)곡물 수입선의 다변화, 국내 비축문제 등 효과적인 먹을거리 수급안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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