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이롭게 하는 ‘햄버거’의 탄생 - 생명살림 올리

2011년 희망을 찾아서 - 로컬푸드

  • 입력 2011.01.03 13:41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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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비지로 만든 친환경 올리버거
나눔·공동체·친환경·일자리까지
욕심 많은 ‘올리버거’

‘(주)생명살림 올리’(이하 올리) 매장에는 미술대학 학생들이 그려준 벽화가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그림 속에서는 농부와 자연, 아이들과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동행’을 담았다고 한다.

‘올리’라는 이름 속에도 ‘모두를(ALL) 이롭게(利)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담은 올리에서는 햄버거를 판다. 건강을 해치는 패스트푸드 간식,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알려진 햄버거가 올리에서는 어떻게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충청북도 청주시 봉명동에 위치한 (주)생명살림 올리 매장에서 이혜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부터 햄버거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생명살림 올리 이혜정 대표의 말이다. 올리는 2008년 2월에 법인을 만들고, 2008년 4월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등, ‘초고속’으로 사업단위가 만들어졌지만 그 시작은 작은 공동체운동에서 출발했다.

청주YWCA 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여성회원들과 함께 ‘아나바다 운동’을 공동체 모임으로 펼친바 있다. 2005년부터는 60여명이 모여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 친환경적인 의·식·주 생활을 만들어가기 위한 ‘민들레 워커즈 콜렉티브’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청주에서 생산된 콩을 이용해 직접 만든 두부를 공동구매 방식으로 나누던 중, 버려지는 콩비지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안한 끝에 나온 것이 ‘콩비지 버거’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콩비지가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활용할 방법이 없잖아요. 이런 것을 재활용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여성들이지요”

그렇게 여성들의 생활 속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사업인 만큼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여성들의 힘이 크다. “저희 직원은 지금 12명 있는데 전부 여성들이예요. 이주여성, 한부모 여성… 임금이 많지 않아 그만두는 분도 계시지만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자원을 연결해 혜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소득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일반 식당에서 일하는 식당노동자들과는 다른 사회적 지원을 한다는 것. 이를테면 영어교육을 잘 받지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적은 교육비를 내고 영어교육을 제공하거나, 의료생협을 통해 2주에 한 번 물리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이다.

충북 청주시 봉명동에 위치한 (주)생명살림 올리 공장 모습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어느정도 사업 성과는 거두어야 할텐데, ‘올리버거’의 사업수완은 어떨까.
이 대표는 “기존 햄버거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어서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버거 뿐만 아니라 제철에 나는 우리 농산물로 다양한 간식을 만들어 지역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 품목마다 식품업의 적용을 받아야 해서 어려움이 컸다. ‘로컬푸드’ 정신인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서는 소량의 다품종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규모 유통을 통한 거래가 중심인 것도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버거 품목에 집중해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 등을 통해 납품하게 된 것. 콩비지로 만든 버거이다보니 처음에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여러차례 시식과 설문조사 끝에 현재의 메뉴가 나왔다. 올리에는 올리버거, 올리계란버거, 올리치즈버거, 해물라이스버거와 이미 햄버거의 고기패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을 위해 돼지고기를 첨가한 ‘스테이크버거’도 출시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올리 매장은 버거를 비롯해 제철 생과일주스, 유기농커피, 우리밀로 끓인 라면, 카레와 해물볶음밥 등 제법 식당으로써의 모양새를 갖췄다. 쿠기, 와플 등 간식류도 제공한다.

판로를 물으니 80%는 단체에서 구매하고, 20%는 매장에서 판매된다고 한다. 주요 거래처는 15~20여개의 어린이집으로 규모는 적지만 올리에게 있어서는 의미있는 고객이다. 이렇게 해서 평상시에는 한달에 5천~7천개, 성수기 5월에는 1만개까지 판매된다고 한다.

‘올리’의 정신답게 수익이 생기면 대안학교, 노숙자 기관 등에 버거를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운영만도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는 청주의 기업이 우리 버거를 구매해 지역 소외계층에게 지원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로컬푸드는 ‘사회적 계약’의 문제
소비자-생산자 믿고 기다려줘야

▲ 이혜정 (주)생명살림 올리 대표
친환경, 로컬푸드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도 올리에게는 만만치않은 숙제이다.
올리가 친환경농산물을 제공받는 주요 생산자는 청원생명살림 영농조합법인(옥산 신기농장)이다. 오이, 당근, 방울토마토 등의 과채류를 생산하고 지역의 친환경 생산물을 모아 유통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유정란은 괴산의 홀미농장에서 받아오고, 쌀·콩·잡곡류는 낭성, 미원면에서 받아온다. 버거빵만은 인근 지역에서 우리밀을 생산하는 곳이 없어서 가공만이라도 지역에서 해결하고자 농협을 통해 받았다. 그런데 농협에서 빵 반죽의 까다로운 친환경 조건을 맞추지 못해 현재는 아이쿱생협에서 받고 있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하다보니 역시 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올 해 기후가 나빠서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친환경 야채가 아예 공급이 안될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친환경은 아니더라도 국산 야채를 넣기도 하고. 콩도 인증 여부를 따지지 않고 소농을 통해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소스라도 첨가제 없이 친환경적으로 만들죠” 이 대표의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한참 양배추가 비쌌잖아요. 그 때 한 어린이집 원장님은 버거 안에 야채 양이 줄었다고 타박을 해서 참 서운하더라구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니 기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건데…”

농산물이 자판기처럼 누르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리’는 농민들이 필요한 만큼 생산을 못하더라도 기다려주고, 소비자들도 ‘올리버거’가 기존 입맛과 좀 달라도 기다려주는 과정이 바로 로컬푸드의 중요성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몸에 좋은 것을 내 돈주고 사는 일반 시장거래, ‘웰빙’ 소비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2010년을 강타했던 배추파동도, 배추값이 올랐을 때 거기에 들어간 생산비가 얼마인지,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이 얼마인지 등 농촌 사정을 알면 배추 한통에 3만원을 지불하더라도 믿을 수 있을거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로컬푸드는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서로 책임져주는 관계’라고 이혜정 대표는 정의했다. 반드시 직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에 유통이 매개하더라도, 생산자를 알고 생산자와 매개자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사회적 계약’이라는 것.

이런 로컬푸드운동은 생산자에게도 또다른 의미를 제공하고 있었다. 올리버거에 들어가는 양배추를 생산해 납품하고 있는 한 농민은 “내 양배추가 올리버거에 들어간다”는 것을 동네방네 자랑하며 다닐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또 유정란을 제공하는 괴산 농장의 경우, 주변의 유정란 농장들이 판로가 없어 고민하다가 풀무원으로 납품을 하게 될 때에도, 유일하게 스스로 개척해 농협 하나로마트 등으로 납품을 하던 중 올리와 연결이 됐다고 한다. 풀무원으로 납품을 했던 다른 농장들은 단가가 맞지 않아 힘든 상황이 됐지만 이 농장은 오히려 올리를 통해 알게된 시민사회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고객이 되는 등 고객층이 넓어졌다니 ‘올리’의 모두를 이롭게 하는 꿈이 과연 허황된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제철음식 먹어야 철든다”

욕심많은 올리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살림살이가 빠듯해도 올리가 중요하게 챙기는 사업은 바로 ‘식품안전교육’이다. 학생들에게 친환경 버거만들기 체험과 교육을 통해 안전한 제철 먹을거리에 대해 알리는 것. “어떤 교수님 말씀이, 요즘사람들이 철이 없는 이유가 철에 안맞는 음식을 먹어서 그렇대요”라는 이 대표의 말처럼 영양사들도 언제 어떤 음식이 나는지 몰라서, 제철음식이 아닌 재료를 주문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밀이 밭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빵만드는 공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 만큼 제철음식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 요즘이다.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음식 속에서 사라져가는 식문화를 알리면서 동시에 올리의 직원들이 단순히 ‘식당노동자’가 아니라 ‘식품안전교육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이렇게 욕심많은 올리는 또다른 꿈도 꾸고 있다. 지금은 10평 남짓한 작은 매장과 공장을 두고 있는 것이 전부이지만 나중에는 ‘로컬푸드 체험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안전한 제철 먹을거리를 먹고 만드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 올리에는 우리 지역에서 나는 제철 먹을거리, 안전한 친환경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함께 공동체 운동, 재활용의 정신, 나눔의 정신, 여성의 건강한 사회적 일자리,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까지 담아내고 있으니 이름 그대로 ‘모두가 이로운’ 햄버거임에 분명하다.

아직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도, 큰 매출을 올리지도 못하지만 올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쟁상대가 없었던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대비되는 ‘건강한 버거’의 탄생은 아이·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눈높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햄버거’의 의미를 전복해 ‘친환경 로컬푸드’의 상징으로 만들어낸 여성들의 아이디어가 시름에 잠겨가는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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