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잡이로 몰리는 구제역 축산농가-청양은 지금

현장속으로… 구제역 전쟁 청양은 지금
일부농가, “동의서도 안받아”…“이웃에게 왕따”이중고
마녀사낭하 듯 수정사 몰아 대

  • 입력 2010.06.07 15:4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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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축산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청양지역 농민들의 가슴이 검게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3일 청양군 정산면 농민들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살처분에 급급한 나머지 일부농가들로부터 동의서도 받지 않고 강압적으로 매몰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강제라는 명분으로 지자체에서 묻어 버렸다는 것이다.

일부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막 몰아치는데 정신이 없더라. 마구 매몰하는 바람에 동의서도 받지 않더라”라고 전했다. 보상기준에 참고적 역할을 하는 매몰 동의서에는 매몰하는 동물의 무게, 임신여부 등 기본적인 사안등이 기록된다.

이 동의서는 이력추적에 기록과 함께 보상가 산정 자료로 이용된다. 이 지역 농민들은 정부 또는 지자체가 보상지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청양지역 농민들은 구제역이 농가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처분 이전의 상태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청양군 정산면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 지난 3일 정산면에서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이날 모임이 구제역 발생한 후 두 번째 모임이라고 밝혔다.
또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양군 정산면에 거주하는 한우 48마리를 매몰한 장학순 농민은 “정부의 지침과 방침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을 한 것도 억울한데, 동네 주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이미 매몰한 소야 어쩔 수 없지만, 다시 한우를 입식해서 품질 좋은 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라고 한숨지었다. 한우를 2대째 키우고 있다는 또 다른 농민은 “농민들이 봉이냐”고 입을 뗀 뒤 “비어 있는 축사를 보면 환장하겠다. 이러다 보니 술과 담배 값이 엄청 들었다. 이도 보상해 줘야한다”며 씁슬한 웃음을 지었다.

농민들은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청양군의 태도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한 농민은 “청양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면 축산농가들에게 우편으로라도 보상기준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자체에서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양지역 농민들은 살처분 장소가 없다며 청양군청측에 하소연 하자 청양군청 관계자가 “축사바닥이라도 뜯어내서 라도 묻으라”고 했다며 강하게 분개했다. 농민들은 보상기준에 대해서 문의하기 위해 부군수를 방문한 농민들을 떼잡이로 몰아붙였다고 비판했다. 장학순 농민은 “우리가 이렇게 떼잡이로 몰리는 판에 대책위 구성을 한다고 한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농민들은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 이종행 수정사에게 몰리는 것을 두고 한심스러워 했다. 정산면 농민들에 따르면 “이 모 수정사가 구제역이 걸린지 어떻게 알았겠냐. 연구소에서 정액 받아다가 수정한 죄밖에 없다”라며 “이 모 수정사는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정 일을 중단했다”며 억울함을 대변했다.

본지는 이 모 수정사와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연락이 되지 않았다. 청양군 정산면 농민들은 축산기술연구소를 두고 “자기들은 방역을 안하고 애꿎은 주민만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축산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방역은 잘 했는데 결과론적으로 구제역에 걸렸다”라며 “구제역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과 잘못을 인정한다”라고 해명했다. 〈최병근 기자〉

청양군 정산면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 지난 3일 정산면에서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이날 모임이 구제역 발생한 후 두 번째 모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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