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이 말하는 구제역 보상 이것이 문제

“구제역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정부만 모르는 젖소 산지가격… 기준마련 해야
상실감 달랠 심리치료도 필요

  • 입력 2010.06.07 14:0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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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400여 농가가 하루아침에 멀쩡히 키우던 가축을 땅에 묻었다.
대부분 ‘예방적 살처분’조치에 따라 구제역 발생 여부에 관계 없이 가축을 묻었다.
축사 처마 밑에, 근처 밭에 자식처럼 키운 가축을 묻은 농가들은 한결같이 “보상도 필요없다. 구제역 이전처럼만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해 보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합리적인 보상기준이라고 말하고, 농가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가 100% 보상의 함수

구제역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직접지원금으로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금과 6개월분의 생계안정자금을 받는다. 젖소의 경우 유대 손실 보상이 신설돼, 생계안정자금과 유대 손실 보상금 중 농가가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살처분 가축을 시가 100% 보상을 한다고 홍보했고, 농민들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젖소의 경우 농협 산지조사가격이 보상기준으로, 초임만삭우가 가장 높고 산차가 높을 수록 20~30% 낮아진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가격이 거래가격”이라며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의 김 모씨는 “농협 가격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은 낙농가 뿐 아니라 축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어떻게 정부만 모를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 구제역 대책위원회는 “2010년 젖소 보상가보다 8년전 젖소 피해보상가격이 현실을 반영했다”며 거꾸로 가는 보상대책을 문제 삼았다.

포천 대책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정부보상금 기준으로 살처분 젖소는 △초유떼기 7만원 △초임만삭 270만원 △2산우 230만원 △다산 만삭우 205만원이다.
2002년 경기도 안성에서는 △초유떼기 55만원(등록우 15만원 추가) △초임만삭 335만원 △다산우(2~5산) 320만원 △다산 만삭우 335만원으로 차이가 있다.

#피해 농가 제외된 보상협의

포천의 낙농가들은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보상 대책회의에 피해 농가를 포함시킨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포천을 방문했던 농식품부 장관의 약속만 믿고 이제나 저제나 보상회의를 기다리던 농가들은 정부의 보상고시안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포천의 피해 농가는 “TV 등을 통해 젖소 보상 가격 현실화 문제가 불거지자 농식품부에서 직접 전화가 왔었다. 실제 거래가격과 정말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고, 사실 확인을 해달라고 중간거래상인 연락처도 알려준 바 있다”고 말했다.
“거래하는 중간상인이 수년간의 거래 장부가 있으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고, 농식품부 관계자의 확인전화를 받았다고 해당 중간상인의 얘기도 들었었다”며 “뭔가 바뀔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어느 순간 축종별 형평성 문제도 나오더니 실사가 중단되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정신적 피해도 인정해야

포천 구제역 종식이 있고 며칠 후 강화에서 새로운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종식 선언에 마음을 놓던 농가들은 다시 긴장을 했고, 이 와중에 강화에서 한우를 키우던 여성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포천에서도 살처분 피해농가의 여성농민들이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우울증 유사 증상으로 병원에 다니고 약 처방을 받기도 했다.

강화의 한 피해 농가는 “수십년 축사에 드나드는 일이 몸에 뱄던 농가들이 할 일이 없다는 허탈감에 빠져있다. 한동안 가축 매몰이다 보상회의다 바쁘던 사람들이 보상문제도 매듭되면 본격적인 상실감에 정신적인 피해도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구제역 피해보상에 대해 한 축산관계자는 “피해보상에 대한 정부와 농민들의 입장 차이는 구제역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하루 빨리 축산기반을 회복하는 일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며 “생산자단체들도 농가들의 어려움을 풀어줄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정부에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하자 농가나 방역당구 모두 혼란에 빠졌었다. 이번을 계기고 중앙정부, 농가 등의 역할이 담겨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보상체계도 다시 점검해 현실을 반영한 보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업 보상도 필요

정부는 살처분 농가의 수익 재발생시까지 6개월이란 기간동안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은 가축을 입식하고 다시 들여서 소득을 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
젖소의 경우도 2년 이상, 돼지도 22개월 등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입식에서부터 걸리는 시간이 2년인데, 구제역 종식선언까지 또 입식시험 등을 거치면 5~6개월이 더 걸린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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