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은 농가들 반응은?

예방적 살처분…확산 방지를 위해 강요받은 희생
젖소 평균 225만원 지원…실제론 300만원 구입
최소 2년간 소득 없는데 6개월 생계지원 보상뿐

  • 입력 2010.06.07 13: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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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 신북면 박금철 씨(54세)는 올해로 한우를 사육한지 6년 째이다. 이제 자리도 잡고 한참 의욕이 앞서는 박 씨는 뜻하지 않은 구제역 파동으로 37마리의 한우를 지난 1월 14일 살처분 했다.

박 씨는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돼 500m 안 농가들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에 따라 한우를 37마리 묻었다. 이 중에 24마리가 임신우였다.

박 씨는 소 값만 2억 정도의 피해를 봤는데, 1억7천만원을 보상 받았다고 밝혔다.
“묻은 소의 전체 무게가 18,500kg이다. 단순히 계산해서 kg당 1만원씩만 쳐도 1억8천5백만원”이라는 박씨는 “태내에 있는 송아지에 대한 보상도 포함돼 있으나, 송아지가 태어나 출하를 해서 얻는 소득에 비하면 농가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 아침에 내 소를 묻으려니 밥도 안 넘어 갔다. 농식품부 관계자, 도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하면서도 살처분 독려 전화를 했었다. 그들 모두 살처분만 한다면 100% 보상하겠다”고 말했다며 “결국 내 전 재산인 소를 땅에 묻었는데, 그 뒤 어느 누구한테도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같은 지역 최 모 씨(39세)는 돼지 1천335두를 지난 1월 13일에 묻었다.
최 씨는 “돼지를 키운지 10년이다. 구제역 이전에는 계속 돼지를 출하하고 그 돈으로 이자내고 생활을 했다. 순수익이 4~5백만원정도 였다”며 “그런데 예방적 살처분을 하면서 소득원이 끊겼다. 입식 시험 등을 거쳐 7월에나 돼지를 넣을 수 있다.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돼지를 입식시키고 9개월이 지나야 새끼를 낳고, 새끼돼지를 4개월 키워야 비로소 소득이 생긴다. 최소 2년 동안 소득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영업피해에 대한 보상이 안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씨는 “예방적 살처분 농가들은 더 이상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희생을 강요받았다. 그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보상금을 탔지만, 금액은 밝히고 싶지 않다. 축산농가의 한 사람으로써 농가의 권익을 위해 보상금 현실화를 주장했었는데, 돈이나 더 타려는 사람 취급하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말을 아꼈다.

 

 


포천시 영중면 김영석 씨는 젖소 56마리를 살처분 했다. 수의사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역학관련 농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살처분 젖소에 대한 보상금을 최근 지원받았다. 김 씨가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은 1억2천6백만원, 마리당 평균 225만원이다.
김 씨는 현재 60마리의 젖소를 구입해 다시 착유를 하고 있는데 이들 소의 구입가격은 330만원, 300만원 등 ‘쓸만한 소’는 300만원을 웃도는 실정이다. 게다가 젖소를 구입할 때는 수수료와 운반비 등 마리당 15만원이 더 포함된다.

김영석 씨는 “젖소를 땅에 묻기 전에 100%의 시가를 보상할 테니 걱정말라던 정부는 마리당 225만원을 지원했고, 나는 300만원이 훌쩍 넘어 소를 구입했다”며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젖소를 한꺼번에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인데 마리수를 회복했고, 구제역 이전에는 하루에 1,600kg 우유를 짰는데 지금은 1,400kg 정도인 반면 인근의 2농가의 경우 젖소를 구입하긴 했는데, 구제역 이전에 1,500kg을 짜던 집이 현재 600kg 정도 짠다. 반도 못 짜는 상황”이라며 “구제역 이전처럼 돌아가려면 시간이 한참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재정 기자〉

 

#염소-사슴 농가도 시장가격 산정 어렵다
 
강화에서 사슴 18두를 키우던 고민식 씨는 올해로 17년차 농장을 지켜왔다. 약초를 재배하느라 사슴도 약초를 먹여 키우며 정성을 다했다는 것.

고 씨는 구제역 이전엔 녹혈과 녹용 등으로 1년에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었다.
사슴에 대한 보상기준은 (사)한국양록협회 조사가격 기준이고, 녹용은 양록협회가 조사한 전년도 평균 도매가격 기준이다.
이에 대해 고 씨는 “아직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사슴은 녹용과 녹혈에 대한 시장이 없어 보상이 어떻게 이뤄질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에서 사슴과 염소를 살처분한 농가는 대략 20여 농가. 주로 부업농이고 고 씨와 같이 주요 소득원인 농가는 3~4농가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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