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져드는 정읍시 농민들
조합장들, “나는 모르는 일”, 경찰은 소환불응 농민 체포

지역 농민들 조합원 고발 취하 요구 단식농성 계속

  • 입력 2010.01.17 19:46
  • 기자명 김규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대란을 항의 하는 농민들의 투쟁을 ‘연례행사’라며 폄하해 온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이 결국 지역사회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의 농민들과 국민들의 쌀대북지원 요구에도 정부가 ‘대북지원 불가’만을 고수하고 있는 사이 쌀 생산 농민들의 생존권과 농협측의 적자경영이 대립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20일 전국 초유의 사태를 불러 일으켰던 정읍지역 조합장들의 공동기자회견에 대해 지역농민들은 물론 농업계 인사들이 ‘배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의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조합장들 단독으로는 이런 사태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한 농업계 인사는 “조합장들은 누구 보다도 지역의 정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책임 없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누군가 조합장들을 움직이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 했다.

또다른 농업계 인사도 “현재 정읍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투극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은 4만6천원을 주장하고 있고, 조합장들은 4만4천원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2천원 때문에 조합장들이 무모한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 지역의 농민들도 배후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보아 왔던 조합장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읍 지역의 한 농민 조합원은 “수매가를 4만4천원으로 결정하게 되면 상인들은 수매가보다 1천원 싸게 구입하면서 자동적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면서 “조합장들 스스로가 정읍지역 쌀값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그는 “농민들이 추가 출자 등을 통해 농협 적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요지부동”이라면서 “조합장들만의 의지가 아닌 것 같다”며 배후설을 강하게 제기 했다.

이러한 배후설과 함께 정읍지역의 상황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지난 6일 이수금 전 전농의장의 태인농협 앞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칠보농협과 황토현농협 본점 및 지점 등에서 농민 조합원들의 고발을 취하 할 것을 요구 하는 단식농성이 번져 가고 있다.

또한 돌발 상황과 함께 지역의 민심도 흉흉해 지고 있다. 지난 13일 황토현농협 본점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은명규(52, 고부면)씨의 소식을 전해들은 은씨의 부인 송정옥(51) 씨가 실신, 병원 치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은씨의 단식농성 소식을 전한 사람이 황토현농협 고명규 조합장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농민들의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 정읍경찰서는 한금석, 두승산 농민 2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고 15일 이들을 체포했다.
여기에 정읍경찰서가 소환장을 보낸 농민들을 체포 하면서 정읍 사태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 15일 오후 정읍경찰서는 소환장을 받고 불응 하는 한금석(47, 황토현농협 소성지점), 두승산(37세, 황토현농협 영원지소) 씨 등 농민 2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특히 한금석 씨의 경우 농민들이 천막농성을 하는 현장에까지 들이 닥쳐 체포하면서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읍경찰서는 체포한 농민 2명 외에도 3명의 농민들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발부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에 대해 정읍 지역의 조합장들도 당황 하고 있다. 자신의 조합원을 고발한 한 조합장은 “뭔가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일이 꼬여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해했다.

또 다른 조합장도 “우리 농협 조합원 만이라도 고발을 취하해 달라고 다른 조합장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농협과 직접 관계가 없는 조합장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자신이 속한 농협 조합원은 아니지만 연명으로 고발장을 제출한 한 조합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조합원을 고발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조합원 고발에 참여 하지 않은 신태인농협의 김영일 조합장의 행보가 주목 되고 있다. 신태인 농협은 지난 12일 2009년산 추곡(40kg)을 4만5천원에 수매하기로 결정했다. 농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4만 6천원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농민들은 신태인농협의 결정으로 조합장들의 담합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조합장은 농민들과의 협상에서 “농협 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타 농협과 차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읍 지역 6개 농협 조합장들이 농민들과의 협상을 거부한 채 공동으로 농협 자체수매가격을 결정하면서 몰고 왔던 파장이 이번 신태인농협의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읍 지역의 사태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가늠 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의 조합원 체포와 계속된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고발장이 5개 조합장 연명으로 제출되어 있어 고발 취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