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가야 할 ‘우리텃밭’

  • 입력 2010.01.11 13:07
  • 기자명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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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텃밭사업입니다. (여성)농민들이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과 곡류들 그리고 계란과 두부 등을 꾸러미로 만들어 매주 한 번씩 보내주면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보수를 주며 주는 대로 받아먹는 사업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는 사업입니다. 자신의 기호와 취향이 있어서 물건을 선택해서 주문하고 싶을 텐데 그냥 생산자인 농민들이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이 농촌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고 생명을 살린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결정하게 됐습니다. 만일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주문을 하게 되면 그것은 생산자들을 시장의 경쟁세계에 떠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은 팔리고 어떤 물건은 팔리지 않게 되면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은 보장받기 힘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생산자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되고 이것은 우리의 먹을거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빚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은 소비자중심보다 생산자를 중심에 놓는 사업입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위해서는 농민을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생산자들이 시장의 경쟁논리에 던져지게 되면 생산자들은 농산물을 생명의 차원보다도 이윤의 차원에서 생각해서 농약과 방부제등 해로운 화학제품을 남용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이 꾸러미사업은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의 생활을 보장해주고 그 대신 생산자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소비자들을 위해 양심껏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얼굴을 아는 생산자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게 되고 생산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로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으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차원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의 생산과 소비,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먹을거리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다국적기업인 농축산복합업체들의 횡포를 막아내는 멋진 사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합업체들로 인해 소농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으며 우리의 먹을거리들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식량은 생명이 아닙니다. 자신들에게 많은 이득을 남겨주는 상품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만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약과방부제 화학비료 등을 남용하며 유전자조작까지 합니다.

가난한 나라의 임금을 최대한 저임금으로 붙잡아 두면서 자신에게 돈이 되는 상품만을 단작하게 해서 식량의 자급자족을 가로막습니다. 커피나 설탕만 생산하다보니 다른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 나라 농민들은 결국 복합업체가 파는 식량을 자기 수입보다 벅찬 가격으로 사먹게 되니 이것이 기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량생산을 하는 복합업체들의 기업농에 의해 그 나라의 소농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몰락합니다. 그러므로 복합업체가 돈을 벌면 벌수록 농민들은 계속 가난으로 몰리게 되고 자연은 계속 파괴되며 사람의 생명은 시들어갑니다. 그리고 농축산복합업체는 식량의 위기가 올수록 더욱 많은 이윤을 얻습니다. 평소에 싸게 확보해둔 농산물을 비축해두었다가 가격이 오를 때 팔면 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식량위기가 증대하면서 식량가격이 폭등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투기꾼들이 이 복합업체에 투자함으로써 복합업체들은 큰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역 먹을거리체계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요, 다국적 농식품복합업체의 횡포를 막는 것입니다.

꾸러미 사업이 널리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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