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텃밭’ 세 마리 토끼 잡는다

  • 입력 2010.01.04 12:58
  • 기자명 연승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민이면서도 농민이 아닌 대우를 받고 있는 여성농민. 그러나 그들은 전통적으로 종자를 지키는 당당한 농사꾼으로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길러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텃밭’은 여성농민이 전통적으로 이어왔던 역할을 갖고서 만들어낸 산물이다. ‘우리텃밭’은 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주는 소비자라는 모토 아래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를 통해 지역먹을거리운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텃밭’이 왜 여성농민과 토종종자, 그리고 지역먹을거리운동의 선구자가 됐는지 살펴봤다.

‘우리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경순)이 2007년부터 진행해온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에서 시작됐다.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여성농민들이 전국을 다니며 발굴하고 채종한 토종종자. 종자는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해서 다시 채종을 거두는 것이 보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여농은 채종포를 운영하면서 토종종자 텃밭도 가꾸었다. 옥수수 등 토종 농산물을 대도시 여성들에게 작게나마 판매하면서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을 유지해왔다.

▲ 여성농민의 땀이 담긴 강원도 홍천군에 소재한 선애진 생산자 단장의 텃밭이다.
토종종자로 재배한 토종농산물을 판매하면서 시작된 우리텃밭은 2009년 3월에 드디어 제철꾸러미사업을 시작한다. 제철꾸러미사업은 진열된 상품으로서의 농산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 생산한 제철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는 농산물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여성농민이 작은 텃밭에서 정성 들여 가꾼 싱싱한 제철 농산물을 매주 맛볼 수 있다.

제철꾸러미 사업은 생산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원칙이 있다. 텃밭의 기준이 5백평 이하이다. 대규모 단작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윤정원 우리텃밭 사업단장은 “여성농민이 혼자서 생산관리를 할 수 있는 면적이 최대가 5백평이다. 하지만 생산자들은 5백평도 크다는 이야기를 가끔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칙은 제초제 사용금지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재배하며 친환경농산물 인증 등 제도권내의 방식에 따르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된다.

우리텃밭의 제철꾸러미사업은 여성농민이 농사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한다. 자신의 명의로 된 출하통장과 여성농민이 직접 영농계획을 짜고 생산하면서 그들은 독립된 하나의 농사꾼이 된다. 제철꾸러미는 두부와 유정란을 기본으로 매월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을 보낸다. 또한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런 과정에서 또 하나의 전통이 되살아나고 있다. 가공된 농식품을 주로 사용하던 주부들에게 잊혀졌던 우리 나물들의 전통 요리법이 전수되기 때문이다. 제철꾸러미를 보내는 여성농민들은 친정엄마의 마음으로 생소한 나물과 채소를 보낼 때는 꾸러미 편지에 요리하는 방법까지 메모해서 보낸다.

이를 받아본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 제철꾸러미 소비자는 우리텃밭 게시판에 “저 사실 비름나물도 처음 봤어요~~. 식당에서 먹어본 것 같은데~ㅋㅋ”라는 후기를 올려놓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방식은 수요와 공급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제철꾸러미를 꾸준히 받고 있는 2009년 4월 20여명에서 시작해 소비자 회원은 12월 현재 2백30여명에 달한다.

제철꾸러미사업은 지역단위로 움직인다. 현재 우리텃밭에는 강원도 횡성·홍천, 경북 상주, 전북 김제, 제주도 등 4개 지역에서 생산자들이 공동생산을 하고 있다. 횡성·홍천은 경기도와 강원도 소비자에게, 상주는 경북지역 대도시 소비자와 연결돼 있으며, 김제는 충청권과 연계돼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유통에서도 제철꾸러미사업은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생산현장을 방문해 체험활동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텃밭은 제철꾸러미이외에도 특판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판사업은 계절별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여성농민들이 생산한 과일, 가공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제철꾸러미사업의 틈새를 메우는 역할이다.

우리텃밭은 올해 4개 지역에서 6개 지역으로 늘리고 소비자 교육을 위한 교재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제철꾸러미에 육류까지 포함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윤정원 사업단장은 “2009년에는 소비자들이 생산현장을 여름과 가을에 한 번씩 방문했지만 “올해는 방문계획을 1년 단위로 수립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텃밭은 여성농민에게는 고정적 판매망을 통한 생산비 보장을, 소비자는 비록 골라먹을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만 안전한 제철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한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대는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아우르며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정부까지 포함하게 되는 지역먹을거리체계를 세우는 중심이 될 것이다.

단작화 대량생산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농업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 지역먹을거리운동을 통한 소비자와의 직거래, 이중의 착취를 겪는 여성농민의 인간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텃밭에서 우리 농업의 작은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연승우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