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이 지속가능해야 지구 온도 낮춘다”

비아 캄페시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정의’ 요구

  • 입력 2009.12.20 22:12
  • 기자명 김황경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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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농민, 코펜하겐에 온 이유?=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는 1997년에 제정돼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해 온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의정서를 논의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가 진행되었다.

이에 맞서 벨라센터에서 약 20여분 떨어진 코펜하겐 중앙역 인근에 마련된 민중들의 정상회의(People’s Summit)인 클리마 포럼 개막식에서 비아 캄페시나(국제농민조직, 농민의 길) 사무총장 ‘헨리 사라기’는 전 세계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개막 연설에 나섰다.

헨리 사라기는 연설에서 기후변화가 농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책임자는 다름 아닌 기업농과 세계화된 식량 체계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농 방식의 농업을 지금 당장 중단하고, 농업을 대규모 기업농에게서 소농들의 손으로 되찾아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의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아니라 기후정의의 진정한 해결책인 ‘식량주권’을 알리고자 코펜하겐 왔음을 전했다.

▲ 12월 11일 전 세계 민중 10만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민중의 홍수'에서 비아캄페시나는 '식량주권이 지구를 식힌다'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책임자는 기업농=클리마 포럼 내부에서,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토론회와 기자회견, 집회를 통해 비아 캄페시나 소속의 농민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대규모 기업농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모았다.

12월 11일 클리마 포럼 오렌지 룸, 비아 캄페시나 주최로 개최된 ‘기후정의를 위하여: 식량과 에너지 주권’에서 인도네시아 농민단체의 회원은 숲 보호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인 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 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실제로 어떠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농지의 900ha가 기업의 손에 넘어가 경작지가 줄어들고 거주하고 있던 토착 원주민과 소농들이 쫓겨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13일에는 덴마크 양돈 생산의 85%를 수출하는 기업인 Axelborg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덴마크 농민단체 대표인 올레씨는 대규모로 단지화 된 체계에서 엄청난 탄소를 배출시키면서 GM 콩으로 길러진 안전하지 않은 육류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양돈기업을 고발했다.

이어 14일, 클리마 포럼 브라운 룸에서 열린 ‘왜 농업연료-Agrofuel-가 기후변화의 잘못된 해결책인가’ 토론회에서는 브라질 무토지 농민단체인 MST의 다이애나씨가 브라질에서 현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농지에 초국적 기업들이 대규모로 유전자 변형된 콩, 유칼립투스, 사탕수수를 심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3천600만 리터의 농업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2억ha의 농경지가 개간되고 있으며 농경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노예와 같은 불안정 고용 노동자로 심각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소규모 농민이 기후변화의 해결책=그 동안 진행된 대규모 기업화된 농업이 농민을 에너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 전락시켰다. 이제 전 세계 소농은 에너지 생산자로 다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농업을 기업의 손에서 되찾고자 한다.

개막연설에서 헨리 사라기는 전 세계 소농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증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를 통해 보더라도 토양 내 유기물 회복으로 20∼30% 배출을 줄이며, 공장형 농장이 아닌 가축과 곡물 생산을 같이 하는 복합 영농을 하게 되면 5∼9%, 지역 식량 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15∼18%, 토지 개간과 산림 벌채를 줄이면 15∼18%까지 온실가스가 감축돼 결국 절반 이상의 감축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농이 새로운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식량주권이 기후정의의 진정한 해결책임을 분명히 했다.

벨라 센터 내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한 관계자는 현재 농업 부문과 관련해서 별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기업농들이 기후변화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각종 로비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청정개발체제인 CDM이 현재는 농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카길과 같은 초국적 농기업들이 깊은 연계를 맺고 나갈 것이며 비아 깜페시나를 포함해서 농업 부문에서 주목하고 대응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코펜하겐=김황경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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