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영 협업화로 대경영 실현해야”

새날희망연대 ‘한국농업 현황과 과제’ 포럼서 김병태 교수 주장

  • 입력 2009.12.14 09:50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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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독점자본 요구 충실 MB농정 안될 말
농협, 농민 것으로 만들면 모든 농업문제 해결

새날희망연대는 지난 5일 서울 충무로 소재 대림정에서 ‘한국농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차 포럼을 개최했다. 새날희망연대는 한국의 민주주의 신장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 시민사회 원로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매월 내부 포럼을 열고 있다.

이장희 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농정신문 고문인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이날 발표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한국농업의 현황=농가 가구수는 1965년 2백50만호에서 2008년 1백21만2천호로 줄었으며, 농가중 65세 이상의 33%를 차지해 고령화가 심각하다. 농가소득은 2005년 3천50만3천원이었지만 2008년에도 3천52만3천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가부채는 농가당 평균 1999년 1천8백53만5천원에서 2007년 2천9백94만6천원으로 61.6%가 증가했다. 이것은 농산물의 가격안정 정책이 없고, 시장에 내맡겨 농산물 저가정책을 강행해 국내의 독점자본의 농민수탈통로를 개방했으며, 또한 저임금 정책으로 물가 지수 안정을 도모하면서 농민을 수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의 기능상실로 시장교섭력이 없고 정치·사회적 기능으로서의 대정부 정책건의 활동을 못하고 있는데다 농업금융은 고리대금업자(관설 전당포)로 전락한 것도 농가부채의 원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부채경감대책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농협은 농민의 조합이 아니고 농민에 군림하는 농협이며, 정부의 시녀로서, 정부정책를 대행하면서 농민이 원하는 농협개혁을 거부하고, 농협임직원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농협개혁의 핵심은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회비로 운영하면서 협동조합 지도사업 연합회 구실, 협동조합 운동이 그의 중심적 사업이 되고 회원조합의 감사, 지도, 교육 홍보, 대정부 건의 등 농정활동을 하고, 현재 중앙회가 하고 있는 경제사업을 경제사업연합회에, 신용사업은 신용사업연합회에 맡겨 분리 독립시키는 것이다.

지역조합은 지금과 같이 생산, 이용, 판매, 구매 가공사업(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종합 경영하면서 중앙회의 회원으로 경제사업은 경제사업연합회의 회원으로, 신용사업은 신용사업연합회 회원으로 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인데도 현재의 진행내용은 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 새날희망연대가 지난 5일 서울 충무로 소재 한 식당에서 개최한 ‘한국농업 현황과 과제’란 주제의 15차 포럼에서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한편 식량자급률은 27%로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하다. 공업이 아무리 발달한 선진국일지라도 식량을 자급하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식량의 무기화가 점차 노골화해 가고 있기에 우리에게 자급률 제고는 더욱 시급한 과제다.

지금 자급률은 이렇게 낮은데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 것은 WTO 협정에 따라 수입쌀 물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이후 대북 쌀지원이 중단된 것이 중대한 원인이다. 그러면서 수입양곡을 줄이려는 생각은 않고 농토를 줄여서 쌀 과잉을 막으려는 망국적 발상으로, 기존의 농토에는 식량 이외의 작물을 권장하여 쌀의 공급을 줄이려 하고, 농지전용의 길을 열어 1960년 이래 연 평균 1만ha 내외의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근래에 와서 이 경향이 크게 증폭하고 있다.

▶한국농업의 과제=한국농업의 몰골은 처절하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영세소농경영을 침탈하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횡포 때문이다. UR이 WTO(세계무역기구)로 변화하면서 UR체제 하에서는 없던 지적재산권 확보와 농산물 수입개방, 수입관세 인하를 추가함으로써 농업생산물의 국제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영세 소경영 개도국의 농업은 크게 타격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이 나라의 농민, 노동자, 중소 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군은 전혀 안중에 없고, 남북문제는 그동안에 일구어 놓았던 합의, 협정, 공동선언들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통일을 노골적으로 기피하면서 북이 절로 망하기만 바라는 이른바 화평연변(和平演變)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고스란히 이 나라 농민, 농업, 온 국민에게 되돌아 온 꼴이 되었다.

그동안 해마다 해 오던 인도적인 대북식량, 정부지원을 중단하고 민간교류까지 금지하다보니 그동안 북으로 가고 있던 연간 40만∼50만톤이 그대로 여기에 쌓여 쌀값하락의 대란이 일어났으며, 이는 충분이 예견되었던 것인데도 그대로 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요구에 충실히 복무한다는 자기 신념이 깔려 있었던 탓일까? 그러면서 농민이야 죽건 살건, 나라야 되건 말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농민형제 절규를 탄압하고 전·의경들만 고생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농정의 두드러진 특색은 기업농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명분은 시장경제 확충이고 경쟁력 확보의 방편이라고 하고 수입 자유화 시기에 이 길을 택하여 농업의 선진화를 꾀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수 부농 기업농이 그 시책의 결과로 성공해 정책 목적을 실현한다 해도 그러지 못한 일반 중소농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으라는 것인가.

MB정부의 이같은 ‘농업의 선진화’정책은 바로 국내외 독점자본과 이해가 일치되고 ‘농업의 선진화’과정에 그들의 자본도 투자처를 찾아 농업에 침투하기가 쉬워지게 한다. MB정부는 이것을 두고 농촌에 도시자본을 끌어 들여 농업 선진화에 기여한다고 대서특필 홍보자료로 삼는다.

이명박 정부의 농협개혁 또한 내외 독점자본 요구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외 독점자본진입의 통로를 열어 농업을 송두리째 그들에게 바치는 금융지주회사체제를 구상하는 등 농협의 주인인 농민을 배제하고 협동조합의 정체성마저 부정해 버리는 극악상태를 연출하여 기득권 확보의 강화·확장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농업의 문제는 송두리째 부각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농민의 힘으로 영세소농제를 탈피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농협을 농민의 것으로 만들고 개혁된 농협이 영세소농제의 지양(止揚)으로 농민을 중심으로 한 농업의 자본제화를 추진해 가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을 가진 국내외 독점자본과의 충돌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농민이 주인으로 된 농협이 협동조합운동을 통하여 해결이 가능하다. 새롭게 개혁된 농협으로 이것을 해내야 한다. 이 나라의 농업, 농민, 농촌을 살려 통일에 대비하고 북녘동포의 식량까지 남쪽에서 마련하고 현재 안고 있는 모든 농업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농협을 농민의 것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함께 신자유주의 종주국마저도 그 궤도 수정을 꾀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tragedy of the commons(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이 그 증거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시장 매커니즘이나 정부개입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한 협력체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설파한 것이다.

오스트롬의 이론은 본인이 평생을 두고 추구해온 ‘소농경제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한국농업 발전 모델’로서 소경영의 협업화를 통한 대경영의 실현으로 한국 농업과 농민, 농촌을 살려내자고 한 ‘한국농업경제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아 잔잔한 흥분을 느끼고 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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