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마술

  • 입력 2009.11.30 13:03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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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란 어려운 말로 집단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양적 기술(量的 記述)을 반영하는 숫자라고 한다. 사회집단 또는 자연집단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인구조사나 농가경영조사 같은 것들을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나 인구추이, 농가 생활변화 생산량의 추이 등을 숫자로 계량화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자료로 이용한다. 그러나 제목이 말하는 바와 같이 때로 통계는 주관적 해석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부는 쌀 생산비를 정곡 80kg 한 가마에 9만4천215원(08년 조사, 통계청 2009년 3월)으로 발표하였다.
지난 10월 쌀값이 하락하면서 농민들의 원성소리가 높아지자 농식품부는 작심 한 듯 한 가지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쌀값이 하락하는 주요원인이 농민단체들의 선동으로 농민들이 불안해하면서 일어나고 있으며 더구나 전농의 생산비(2008년말 발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자료라고 통박한 것이다. 통계청은 10a당 62만9천677원으로 조사하였으나 전농의 분석은 평균지 112만4천880원, 한계지 111만8천524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조사 보고한 것과 몇 가지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자가노력비, 노동시간, 토지용역비들이 그것이다. 친절하게도 정부는 발표 자료를 통해 검토의견까지 붙였는데 이것은 농민들을 사회적 생산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농민은 일반인과 다르게 값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다른 곳에서 자료로 활용되기도 해서 농민들은 일반근로자들과 다른 부당한 대우를 받기가 일수다.

쌀값은 농민값이란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쌀이 개사료 보다 못하다면 농민들의 삶이 개보다 나을 것이 없겠다. 또한 논은 습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며 국가의 식량주권을 달성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에 농식품부 장관과 강기갑 의원이 생산비 조사를 농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들었으나 아직까지 농식품부는 이렇다 할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뜨거운 밥 먹고 쉰 소릴 한 것인가? 농식품부장관은 농업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농민들과 함께 생산비 조사를 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예로부터 마당질하고 나면 장값이 모자란다고 했을 정도로 농민들은 수탈에 익숙해있어 본인이 얼마나 빼앗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

이것을 이용해 편향적통계로 사회적 여론을 주물러 농업·농민을 죽이는 것은 국권을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 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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