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종자 지키기 노력의 ‘작은 결실’

  • 입력 2009.11.23 10:02
  • 기자명 한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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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은 토종씨앗을 지키고자 했던 여성농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함안 전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토종씨앗을 모으고 그것을 선별하고 분양하고 심고 다시 거두어 들였다.

여러 씨앗을 심고 그것들이 커 가는 것을 보며 처음 접해 보는 놈들이라 신기해 하며 키우는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씨앗을 심고 새들이 새순을 먹을까봐 방조망을 치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진절머리 치고, 하우스 일도 바쁜데 텃밭에 간다며 남편과 싸우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흘러 우리의 종자들이 열매를 맺고 수확을 하게 됐다. 그리고 수확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 지난 14일 함안군여성농민회가 함안군 함주공원에서 개최한 토종씨앗 가을걷이 한마당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토종씨앗 가을걷이 한마당이 있던 날, 이날의 핵심 슬로건은 ‘얼굴 있는 생산자,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 토종씨앗 함께 지켜요’이다.

11월 변덕스런 날씨와 신종플루 때문에 약속되어 있던 참가자들이 많이 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경남 각지에서 얼굴 있는 생산자들이 모였고, 창원, 진주, 사천, 함안, 멀리 서울에서도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함께 했다.

간단한(?) 개회식과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준비했다. 다양한 볼거리에는 작년과 올해 수확한 토종종자들과 얼굴 있는 생산자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토종종자를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과 처음 보는 종자들을 보며 신기해라 했고, 아지메들도 “맞다! 예전에 이런 종자도 있었다”하며 토종종자들이 대를 이어오는 것에 감사해 했다. 또 한켠에서는 뻥튀기 아저씨가 ‘뻥이요’ 하며 토종 찰옥수수를 튀겨내었고, 아지메들이 지짐을 부쳐내고,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물을 끓여내었다.

아이들은 도리깨질도 해보고, 키질도 해보고, 떡메를 쳐보겠다며 무거운 떡메를 들고 끙끙거렸다. 그리고 인절미를 한손 가득 담아갔다.

GMO(유전자조작농산물)로부터 안전한 우리 토종종자, 그 종자로 만든 먹을거리를 체험하면서 그렇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가 되어갔다. 그리고 마치고 돌아가는 손에 토종 부상추 모종과 토종 고추 모종을 쥐어주면서 소비자가 직접 토종종자를 키워보도록 했다. 

이것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토종종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불어 안전한 먹을 체계를 만드는 것 등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누군가는 우리를 보며 거대 종자 기업에 맞서는 여성농민들의 도전이라 했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우리를 비교했다.

그렇다.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았지만 평생을 씨앗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이 계신다. 늦었지만 우리 어머니들에게서 희망을 찾았고, 그 어머니들로부터 종자를 받아 지키고자 하는 이 시대의 여성농민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하다. 작지만 종자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식량을 지켜내고자 하는 여성농민들의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승아  경남 함안군 군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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