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날 수입밀빼빼로 잔치

(취재수첩) 쌀값 폭락 앞에 일부 농민단체들 주체의식 없어

  • 입력 2009.11.12 22:33
  • 기자명 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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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시골 면단위에서 조촐한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매년 개최해오던 행사라 미룰 수 없다며 농업인 5개 단체가 모여 준비한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다.

행사전문 도우미 업체를 불러 노래방기기까지 준비한 행사였다. 집행부들은 농민들도 오늘 만큼은 모든 근심을 잊고 서로를 위로하는 행사라며 분위기를 돋으려 하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행사장 안에 있기 보다는 밖에 삼삼오오 모여 역시 농협 벼 매입가와 정부의 양곡정책에 대한 성토와 17일 날 있을 전국농민대회에 대한 이야기에 더 끌리고 있었다.

젊은 농민은 아예 대놓고 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지도부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쏟아놓았다. 지금 술이나 먹고 노래나 부를 때냐면서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을 위해 방석을 깔아 놓은 것 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는 농민단체 상급 단체는 연락도 않고 군의원 도의원 군수출마 예상자들만 줄줄이 달려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농민은 󰡒도대체 선거때만 농민을 위한다고 쫓아다니는 저들이 폭락하는 쌀값에 대하여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에 대하여 개념이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면서 “농민단체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까 단체장과 정부가 농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시간에 농민들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17일 농민대회 참가조직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여러 종류의 농민단체가 결성되었다. 그러면서 이 단체들은 서로 연대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조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농민들이 농민단체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 하기 시작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어떤 조직이 진정성 있게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농민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농민단체들이 집행부 몇 사람의 이해를 반영하려 하였지 전체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날 참석한 한 늙은 농부는 “40년을 농사지으면서 역대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빌붙은 농민 단체가 있는가 하면 어려운 가운데에도 꿋꿋이 농민 곁을 지켜온 단체도 있기에 힘없는 우리 같은 농민도 이 만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이번 쌀값 폭락과 이명박 정권의 농업정책에 어느 농민단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것이고 17일 날 어떤 단체가 미온적으로 참여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보고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11월 11일 오늘이 빼빼로 데이라면서 수입밀가루제품인 빼빼로를 그것도 농업단체 행사장에 한보따리 사갖고 온 지방 간부 공직자를 어떻게 봐줘야하는가? 그는 정년퇴직하여 내년에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데 쌀 소비 촉진에 고심하는 다른 동료 공직자들의 고통을 알기나 한 건가?

정작 문제는 농민회를 중심으로 재고 쌀 처리를 위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빼빼로나 받아먹고 있는 농민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정작 가래떡의 날도 있다는 사실과 농촌지역 어느 군수의 말처럼 수입밀가루제품 소비량의 10%로만 우리 쌀 제품으로 대체생산 되어도 쌀 소비 문제 해결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훨씬 영양가 있는 말이다.

11월 17일 서울에서 가래떡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진=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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