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신세

  • 입력 2009.11.02 11:38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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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농협중앙회는 대의원총회를 열고 농협 사업구조 개편방안을 확정하였다. 그동안 농민들이 주장한 경제사업 원칙과는 정반대로 농협중앙회를 농협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이 피땀으로 마련하여 출자한 자본금을 농협은행으로 이전하는 약탈을 서슴치 않는 행위이다. 대의원총회는 약 20여분만에 방망이를 두드리는 요식 행위로 끝이 났다고 하니 농민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거기에 발맞춰 농림수산식품부는 같은 날 농협사업구조 개편 입법예고를 발표하였다. 농협과 농식품부가 배를 맞추고 이미 깊숙이 진행된 정황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도, 국회도 발을 벗고 농민들의 피와 살을 강탈해가는데 앞장서거나 들러리로 나선 것이다.

몇 년 전에 작목반 어른들을 모시고 중국 계림을 다녀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적한 강가에서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이다.

가마우지의 목에 고리를 걸어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더라도 먹지 못하도록 하여 물고기를 잡는 것이었다. 훈련된 가마우지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고기를 잡았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몫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의 양인 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고기를 잡는 것이다.

농민들이 어찌 가마우지 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뼈 빠지게 농사일을 해도 농협에 모든 걸 다 주고 나면 그야말로 쭉정이만 남아 삶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 아닌가. 그러나 가마우지와 농민들은 분명 다르다. 가마우지는 빼앗기는 것을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해도 서로의 목에 걸린 고리를 풀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미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또한 단결하면 우리가 빼앗기는 것을 막고 우리 스스로 주인이 되어 농민들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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