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와 낙농제도 개혁

  • 입력 2009.11.02 11:30
  • 기자명 조석진 영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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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낙농선진국과의 FTA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한미, 한EU FTA 협상이 이미 타결되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 및 캐나다와의 협상타결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더욱이 최근 시유무역이 가능한 한중일 FTA까지 가시권 내에 들어옴에 따라 낙농가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2000년 이후 낙농가수 절반 감소

이에 미래를 어둡게 보는 낙농가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2000년에 1만 3천호에 달했던 낙농가 수는 2009년 현재 6천 8백호까지 감소하였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시유소비가 2003년의 182만 톤을 정점으로 2008년 현재 170만 톤까지 감소하였다. 그러나 우유 총소비는 2000년의 281만 톤에서 2008년 현재 303만 톤까지 늘어났다. 시유소비는 감소하였으나 치즈를 포함하는 유제품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가 증가한 치즈를 포함하는 유제품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유생산에 국한된 국내의 원유생산은 2002년에 253만 톤에서 2008년 현재 213만 톤까지 감소하였다. 이 과정에서 잉여유도 2002년의 50만 톤에서 2008년에 28만 톤까지 줄었다. 시유소비감소와 유제품수입증가에 따른 생산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금후 낙농선진국과의 FTA가 발효되어 무관세쿼터(TRQ) 및 관세인하에 따른 저가의 유제품수입이 늘어나면 국내 낙농은 더욱 축소균형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유는 이미 쌀에 이어 국민식생활의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따라서 식량안보차원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안정된 생산기반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주도적인 역할과 함께 생산자와 유업체의 성실한 역할분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파행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집유주체별 쿼터제를 조속히 전국적인 단일쿼터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원유수급, 가격, 쿼터관리 및 거래교섭력 등에 있어서 지역 및 농가간 균형을 실현함과 아울러 정책운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편 낙농제도개혁을 위해 농식품부는 최근 2005년에 이어 또 다시 다소 수정된 연합쿼터제(안)을 제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현행의 3분된 집유체제를 존속시키면서 낙농진흥회를 ‘중앙낙농기구’로 개편하여 일괄적인 쿼터관리를 맡긴다는 것이다. 또한 이에 참여하는 집유주체에 대해서는 계절편차에 해당하는 약 20만 톤 규모의 가공원료유 쿼터를 신규로 설정하여 부여하고, 그에 대해 생산비수준의 가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단일쿼터제로의 이행에 따른 정책부담을 감안할 때 FTA 대책에 대한 낙농업계의 요구에 농식품부가 또 다시 연합쿼터제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낙농은 이미 1997년의 낙농진흥법 개정과정에서 중대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즉, 당시 계획생산(쿼터제)에 대한 참여를 규정한 낙진법 제9조를 강제조항으로 하는데 대한 낙농업계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임의조항으로 처리하였다.

그러나 그 같은 쿼터제의 기본을 무시한 현실타협의 결과 이른바 낙진법이 지니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오늘날 낙농산업 전체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번 농식품부가 제시한 연합쿼터제(안)에 있어서 중앙낙농기구는 구성에 있어서 현재의 낙농진흥회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쿼터관리 및 원유가격가이드라인 제시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참석하여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정부가 당근으로 제시한 가공원료유쿼터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는 집유주체들이 모두 이를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그 외에 현재 진흥회의 원유가격개정 때마다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농식품부의 연합쿼터제(안)은 자칫 낙진법 개정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일쿼터제 직행 신중 검토해야

따라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낙농산업 구성원의 대타협을 유도하여 처음부터 단일쿼터제로 직행하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낙농산업의 두 바퀴라 할 수 있는 유업체와 낙농가 또한 그 같은 대타협을 위한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낙농가와 유업체는 국제화시대에 어느 한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시장여건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선진국의 낙농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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