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무너지면 이 나라 농업이 무너진다”

  • 입력 2009.11.02 08:40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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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토론

쌀 목표가격, 생산비-물가상승률 반영해야
대북쌀 지원, 공공비축매입량 확대 등 시급
지자체, 소포장 쌀 무료 배포행사 지양토록

▲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조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청중들은 토론을 마치고 쌀값대책마련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 <박광백 이장>
 ▶박광백 여주군 오산리 이장=올해 RPC가 통합되면서 8개의 조합에서 쌀값을 정했다. 지난해 대비 8∼9천원 가격이 하락해 농사꾼의 쌀값만 떨어지냐고 아우성이다. 농민들은 쌀 가격이 월급이고 연봉이다. 연봉이 10%, 20% 삭감이 됐다고 하면 도시노동자들은 난리가 난다.

농민들은 정부에서 대책이 나오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정부대책이 쌀가공으로 소비촉진해서 쌀값을 유지한다고 나와 답답하다. 쌀을 가공하려면 원료곡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쌀은 점도가 높은 편이어서 점도가 낮은 쌀로 가공해야지, 추청 등의 품종으론 가공이 어렵다.

8월에 쌀값 안정시킨다고 농협중앙회 통해서 매입했지만, 얼마에 매입했는가. 역경매 추진한다면서 4만9천5백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가격이 5만3천원이었다. 여주 쌀은 6만8천원이었다. 7백톤을 4만9천5백원에 역경매로 팔았다. 이로 인한 적자가 3억1천5백만원이다.

자연은 풍년인데 정부는 흉년을 주었다. 여기에 항의하면 경찰들은 난리가 난다. 9월에 퍼포먼스 아닌 퍼포먼스를 했다. 하늘이 천벌을 내릴 일을 우리가 했다. 논을 갈아엎기를 한 것이다. 천벌받을 짓을 하지 않으면 누가 농민의 마음을 알아주겠느냐.

변동직불금 다 받을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아직도 변동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 변동직불금 못 받는 농민들의 소득은 굉장히 많이 감소하는 것이다. 쌀값이 20만원은 해야 된다. 정부가 대책이 없으니 민간RPC에서 쌀값이 떨어지기를 눈치만 보고 있다.

농민들이 대북 쌀지원 법제화를 주장하니 용공분자 취급한다. 농식품부가 해외 원조를 한다지만 못할 것이다. 수출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잉여농산물 원조를 할 수 있다. 북은 우리 동포이다. 그리고 우리 형제이다. 조선시대부터 쌀은 북으로 올라가고 임산물은 남으로 내려와 소통이 되면서 유지됐다.

대북지원이 돼야 쌀농사 짓는 사람들이 산다. 쌀이 무너지면 과수를 심게 된다. 쌀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농산물 가격 하락은 자명하다.

 

▲ <정현돈 부장>
정현돈 농협중앙회 양곡부장=단기적인 쌀값 문제부터 장기적인 대책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농협RPC에서 매입한 것은 작년에 매입한 물량보다 초과된 지역이 많다. 민간주체들이 매입을 주저해서 농협으로 물량이 많이 몰렸다. 전체적으로 산지 유통주체가 농협, 민간RPC, 소규모 방앗간이 있는데 소규모 방앗간에서 매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에서는 쌀을 사는 것은 비축용이 아니라 시장에 팔기 위해서다. 전체 생산량의 75%, 시장유통량의 50%를 사서 그중 10%는 조곡으로 팔고, 나머지 40%는 쌀로 팔고 있다.

쌀값이 산지별로 다양한데 농협쌀은 일반 가정용 소비가 주를 차지하고 있다. 가정용 소비자는 농협마크가 있으면 속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앗간, 민간RPC는 식당용으로 많이 소비된다. 한국의 쌀 소비는 50%가 가정에서, 50%가 식당에서 소비되고 있다. 식당에서 쓰는 쌀은 민간RPC용으로 쓴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에서는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 민간시장에서 수급이 넘치면 언제라도 가격하락이 우려된다. 올해는 정부에서 조속히 수급대책을 마련해서 시장물량을 빨리 소화시켜 가격을 안정시켰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소비가 주는 것만큼 생산도 줄면 수급이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2년 연속 풍년이 들었고 생산기반 정비가 앞으로도 풍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작목전환 등으로 생산량 조절하거나 과잉물량을 가공용 등으로 확실하게 격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량 조절 또는 과잉물량 격리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농협은 쌀가공에 참여하려고 한다. 가공공장은 2012년까지 농협에서도 지으려고 한다. 쌀가루를 만들어 쌀가루 수요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쌀가루 수요도 고급은 국산 쌀을 찾을 것이다.

 

▲ <강승구 국장>
▶강승구 전라북도 농수산식품국장=전라북도 생산량은 전국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생산되는 쌀중 소비량을 제외하고는 도외로 격리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올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농민단체와 협의해서 융자기금을 용도를 바꿔서 농협RPC에 수매자금 1백50억원을 지원해 추가매입하고 있다.

전북은 쌀 판매 홈페이지에 참여하는 업체에 택배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중 마트가격에 파는 조건으로 홈쇼핑 판매 택배비를 지원하고 있다. 재고량이 많은 RPC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쌀 수출은 2007년부터 가능해졌다. kg당 2백원씩 수출물류비를 지원했다. 올해 한해서 08년산을 수출하는 RPC에는 1백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물량은 적지만 수출을 확대하겠다.

전북도청도 쌀 릴레이 판매를 하고 있는데 각 지자체가 쌀 판촉행사에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시중 쌀값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상으로 소포장 쌀을 나눠주는 행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쌀을 수확하면 건조와 저장을 하는데 일반 농가에서 건조하기가 어려워 RPC에서 산물벼로 수매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의 경우 RPC 및 농협의 저장능력은 생산량의 42%에 불과해 수확기 홍수 출하에 의한 가격하락이 발생하고 있다.

RPC 현장에서는 건조저장시설 설치비를 개소당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올리고 국비보조를 현행 40%에서 50%로 올렸으면 한다. 또한 비RPC 농협에도 건조저장시설을 지원해야 한다.

벼 대체작물로 하계 사료작물 재배 지원확대가 필요하다. 쌀 생산량을 줄이고 조사료를 자급하기 위해서 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나 소득수준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료작물을 논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소득이 낮기 때문에 생산비 차액을 현행 2만원에서 6만원으로 보전하면 좋겠다.

 

▲ <장경호 교수>
▶장경호 건국대 겸임교수=정부는 쌀값이 10월말로 오면서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고 하는데, 정부가 단기적으로 쌀 가격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들은 것이 없다. 정부의 가격안정이라는 것이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시키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신뢰도를 얻는 것은 떨어지는 가격을 어느 선까지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 방법이다. 가격안정이 아니라 가격 회복이 중요하다.

생산비가 18년 동안 63% 올랐지만 농가 쌀 판매가격은 34% 올라 생산비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물가는 58% 올랐다. 쌀값의 실질가격은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쌀값보다 생산비가 더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목표가격을 수정해야 한다면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 설정해야 한다. 목표가격에 근접한 보장을 한다고 해도 실질소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비 통계에 있어 정부와 농민들의 차이가 있다.

정부의 쌀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급률을 유지하겠다든지, 다원적 기능을 얼마만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에 담겨져야 하는데 이런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맡겨서 쌀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시각에만 빠져 있다.

자급률의 목표에 맞추려면 한계생산비를 갖고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 평균생산비는 절반밖에 보장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비를 기준으로 하면 70∼80% 보장이 가능하다.

북이라는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으로 인해 남측 쌀 가격안정에 기여를 했다. 북측이 3년 뒤에는 식량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후에는 정당한 교역이 가능하게 되면 남측의 쌀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아도 수급조절이 될 것이다.

 

▲ <박동규 연구위원>
▶박동규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여러 대안이 나왔지만,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도 있다. 정책연구를 하면서 외국의 여러 사례들을 접했지만 묘수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5년 양정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쌀 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지만 농가가 안정된 소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됐으며, 쌀소득직불금이 2005년도 시행돼 소득이 일정정도 안정됐다.

지난해 쌀 시장가격은 해석하기 어려웠다. 풍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했다. 올해 쌀값은 2007년 가을과 비교해 보면 4.7% 낮은 가격이다. 정부가 11만톤을 격리했는데 2007년보다 공급량이 줄어들었는데 가격은 아직도 낮다.

정부가 추가 매입하겠다는 발표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민간RPC와 유통업자, 생산자 등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006년 평년작, 2007년 흉년, 2008∼2009년 연이어 대풍작을 기록한 사례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제도적으로 안정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했다. 평년작을 100으로 보고 평년작보다 1% 많아지면 가격은 2%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당년도 생산량이 평년작보다 2%를 초과하면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격은 법적으로 시장가격을 반영해서 3년마다 조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목표가격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시스템은 필요하지만 생산비에 연계되어서 목표가격을 정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쌀 농가가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대안이 없어 목표가격이 높아지면 공급과잉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농정신문과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하고 강기갑 의원실이 주관한 ‘수확기 쌀값 근본적 안정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현장농민, 관계 공무원, 학계, 전문가 등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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