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농협체제 유지하려는 개악안”

■ 농식품부 농협법 개정안,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안 분석

  • 입력 2009.11.01 23:11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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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안엔 자본금배분 언급조차 없어
상호금융도 독립 안돼…신용사업 치중 우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안과 농림수산식품부의 농협법 개정안이 같은 날 각각 확정 및 입법 예고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7일 오전 충정로 소재 농협중앙회 강당에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자체 사업구조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농식품부 또한 같은 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두 방안에 대해 농민, 정치권, 학계 등에서 현재의 농협중앙회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안과 입법 예고된 농식품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했다.

▶정부 입법예고안 어떤 내용 담았나=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입법예고안의 주요내용은 중앙회를 3개 부문으로 독립법인화 하는 것이다. 우선 ‘농협중앙회’란 명칭을 ‘농협연합회’로 바꾸고, 교육·지도 등 조합과 조합원 지원 위주로 기능을 재정립하기로 했다.

또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을 분리·신설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와 함께 NH금융에 편입해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중앙회 경제사업 중 가공·유통·판매 등 경제사업을 자회사화하고, 이를 묶는 NH경제(농협경제지주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입법 예고안에는 또 조합과 조합원의 교육·지원사업 재원 조달을 위한 수익 이전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를 포함한 출자회사의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의 1% 범위에서 농협연합회가 ‘농협 또는 NH’ 상호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축산부문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농협연합회에 축산부문 상임이사를 두어 축산관련 지원업무와 정부대행 사업 등을 담당하게 하고, NH경제에 부대표별 조합장 대표자회의를 설치·운영키로 했다.

▶자본금조달·배분문제=정부가 입법 예고한 개정안에는 자본금 배분문제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당초 농협의 신경분리가 이뤄질 시 농협개혁위원회(위원장 김완배 서울대 교수)는 총 18.2조원(경제 5.3조, 금융 12.1조, 상호금융 0.8조)의 자본금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했다. 또 부족자본금 6조원은 자체 조달 후 부족할 경우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했다.

반면 농협중앙회가 제시한 개편안은 필요자본금이 경제7.1조(농경 5.4조, 축경1.7조), 신용 15.2조, 교육·지원 1.1조 등 총 23.4조원이다. 농협중앙회가 계산한 부족자본금 9.6조원은 자체로 3.6조원을 조달하고 정부가 6조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지원금은 경제 지주에 배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자산실사, 투자계획 검토 등을 거쳐 구체적 지원 규모 및 방식을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자본금 배분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자본금 배분안에 대한 문제는 한마디도 없다. 민승규 차관은 일단 법을 통과시키고 나면 농협중앙회가 돈이 필요하니까 정부에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논의하면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웃었다. 이렇게 순진한 생각이 어딨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법이 통과가 되면 농협중앙회는 이사회에서 자본금을 금융지주로 배분할 것이다. 결국 경제사업에는 정부가 돈을 대고 대형은행만 만들어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원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도 “농협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금 배분문제가 입법 예고안에는 아예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 결국엔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자본금이 신용사업 쪽으로 배분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충정로 소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안을 비판하고 있다.
▶상호금융 분리·독립문제=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제출안 개혁안에는 상호금융을 별도로 분리·독립하지 않고 있다. 입법 예고안에는 상호금융대표이사를 두어 상호금융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특별 회계를 설치해 독립사업부제로 운영토록 했다.

농협개혁위원회가 제출한 안에 따르면 중앙회 신용사업을 분리·독립시킬 경우 개별 독립법인으로 되어 있는 일선조합의 상호금융사업의 부실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함과 동시에 지역금융기관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상호금융연합회를 설립토록 했다. 하지만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안은 상호금융을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독립하지 않는 것이어서 비판이 일고 있다.

기원주 위원장은 “현재의 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에 존속되어 있어 상호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지역으로 환원되지 않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내 놓은 개편안은 상호금융연합회를 자회사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도”라며 “상호금융을 지금 즉시 분리·독립하지 않는 것은 신용사업으로 가게 해주겠다는 의도”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7일 열린 농개위 마지막 회의때 농식품부 관계자들에게 ‘상호금융 독립 문제를 부칙에라도 넣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중앙회 명칭변경문제=현재의 농협중앙회 명칭 또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농협개혁위원회는 당초 농협이 본연의 사업에 충실하자는 의미에서 ‘전국농업협동조합경제연합회’로 변경키로 했다. 반면 농협중앙회의 구조개편안에는 현재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키로 되어 있으며, 정부가 제출한 안에는 ‘농업협동조합연합회’로 되어있다.

이와 관련 기원주 위원장은 “농협의 명칭 변경에서 ‘경제’가 빠진 것은 경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현재의 농협중앙회를 존치시키려는 의도”이라고 비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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